김동연 부총리가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과 구내식당에서 오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삼성 평택공장 방문을 두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갈등설이 다시 수면위로 올라왔다. 투자와 고용을 재벌 대기업에 구걸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를 반박하는 등 파장이 확산됐다.

<한겨레> 신문에 따르면, 청와대는 김 부총리의 삼성전자 평택공장 방문에 앞서 삼성의 투자·고용 확대 계획을 기재부가 발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전달했다. 방문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방문당일 삼성이 투자계획 등을 발표하면, 마치 정부가 재벌의 팔을 비틀거나 구걸하는 것처럼 국민이 오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삼성 구애’로 비춰질까 고심

<한겨레>는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삼성 구애’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정부가 삼성에 투자·고용 확대를 손 벌리면서 재벌개혁이 느슨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시장에서는 국정농단 세력에 뇌물을 준 혐의로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이 부회장의 대법원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고 풀이했다.

그러자 김 부총리가 즉각 개인 입장문을 발표하며 정면 반박했다. 김 부총리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대기업에 의지해 투자나 고용을 늘리려는 의도도, 계획도 전혀 없다”며 “삼성전자 방문 계획과 관련해 의도하지 않은 논란이 야기되는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이런저런 논란에서 벗어나 혁신성장과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모두가 합심해 노력해야할 때”라고도 했다.

형식상 언론보도에 대한 반박이었으나, 실질적 대상은 청와대 경제팀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장하성 정책실장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실제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등 정책을 놓고 의견대립을 보이는 등 이전부터 불화설이 끊이지 않았다. 김 부총리가 주도하는 혁신성장과 장 실장이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의 개념에 서로 상충하는 측면이 있던 것도 원인 중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순방을 수행하던 장하성 실장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모습 <청와대 제공>

◇ 삼성의 100조 규모 투자계획 발표 유보

결과적으로 김 부총리의 이날 삼성전자 평택공장 방문 현장에서 삼성의 투자와 고용 규모는 발표되지 않았다. 김 부총리의 방문에 맞춰 10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업계 안팎의 관측이 모두 빗나가게 된 셈이다. 이에 반해 앞서 김 부총리가 방문했던 LG그룹, 현대자동차그룹, 신세계그룹, SK그룹은 구체적인 투자액을 공개했었다. 청와대가 김 부총리와 삼성에 대해 제동을 건 게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의견조율’이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김의겸 대변인은 “‘투자를 구걸하지 말라’라는 식의 기사가 나왔는데 사실무근”이라며 “삼성 현장방문 때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것에 대해 청와대와 경제부총리 간 의견 조율이 있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이런 비사 내용은 전혀 없었다.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이고 생산적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부총리는 ‘투자구걸’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평택공장 방문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김 부총리는 “우리가 투자나 고용 요청을 한 게 아니다”며 “기업에 대해 어떤 것을 요청하거나 종용하는 것은 제 철학과 맞지 않다”고 말했다. 장 실장 등과의 갈등설을 묻는 질의에는 “어떻게 정부 내에서 한목소리만 나오겠느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이를 토대로 건설적인 토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일부 이견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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