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지난해 대선과 올해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한 뒤 수입이 줄면서 재정 상황이 어려워졌다. 사진은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한양빌딩에 위치한 옛 한국당 중앙당사 현판을 떼 내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고난의 길’에 올랐다. 지난해 5·9 대선과 올해 6·13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한 뒤 당의 수입이 줄면서 재정 상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어려워진 재정 상황 극복 차원에서 서울 여의도 한양빌딩에 있던 중앙당사를 영등포 우성빌딩으로 옮긴 바 있다. 그럼에도 재정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지출을 최대한 줄인다는 계획이다.

한국당의 재정 상황은 심각한 모양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외부에 있다 실제 안에 들어왔을 때 가장 놀란 건 재정상태”라며 “한국당의 규모는 제법 큰 정당이니 ‘재정적으로 잘 돌아가겠다’라고 생각했지만 이토록 심각한지 몰랐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실·국 운영비는 물론 당 대표 활동비도 기존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당 살림을 책임지는 김용태 사무총장도 8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당 (재정) 상황이 어려워진 게 연이어 선거에서 패배했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며 "영등포 우성빌딩 2개층을 임대해 다 쓰는 것은 사실 현 한국당 처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당 재정 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토로한 대목이다.

◇ "지출을 줄여라"

한국당 재정 상황이 어려워진 이유는 당비 수입 감소 때문이다. 한국당은 지난해 대선과 올해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한 데 이어 분당 과정까지 겪으면서 당원 수가 감소했다. 이에 따라 당비 수입도 감소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대해 한국당 측은 “지난 대선 이후 당원이 감소한 것은 맞다”고 밝힌 바 있다.

책임당원 당비가 월 2,000원(6개월 이상)에서 1,000원(월 3개월 이상)으로 줄어든 것도 당비 수입 감소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당시 홍준표 대표가 당원 이탈 방지 차원에서 책임당원 당비를 절반으로 줄인 바 있다.

여기에 올해 지방선거 패배로 직책을 맡은 당원이 내는 직책 당비도 대폭 감소했다. 8일 한국당에 따르면, 광역지역단체장은 월 50만원 이상, 기초단체장·광역지방의회 의장 월 30만원 이상, 광역의회 의원·기초단체의회 의장 월 20만원 이상이 각각 직책 당비로 책정돼 있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참패해 직책당비를 낼 인원이 줄었고, 이는 곧 당비 수입 감소로 이어졌다는 게 한국당 측 분석이다.

결국 당비 수입이 감소하자 한국당은 ‘지출을 줄이겠다’고 나섰다. 우선 한국당은 영등포 당사 2개층 가운데 1개 층에는 여의도연구원과 서울시당이 함께 쓰도록 했다. 이렇게 할 경우 올해 1,000만원 이상 절약할 수 있다는 게 한국당 측 계산이다. 또 기존 중앙당사에 있던 당 사무처 사무실을 국회 본청이나 의원회관 등으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당 지도부와 사무처에서 사용하는 운영비나 사업비 역시 ‘최적화 작업’을 통해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책임당원 당비를 월 1,000원으로 줄인 것은 당분간 그대로 둘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김용태 사무총장은 “당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기댈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이 서면 당비 수입도 증대되지 않겠냐. 지금은 당비 늘리는 것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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