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석(왼쪽) 목사가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 카나비노이드 협회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촉구하는 비영리 단체가 공식 출범했다. 일명 ‘의료용 대마법’은 2015년 19대 국회와 올해 1월에도 발의된 바 있다. 정부에서도 지난 7월 대마 성분 의약품 수입을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계획 단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환자 가족들과 시민단체들이 ‘한국카나비노이드협회’를 창립,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위한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 “카나비노이드, 올림픽 출전 선수들도 사용”

한국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는 12일 서울 중국 안중근의사기념관 강당에서 ‘한국카나비노이드협회’ 창립 총회 기자회견을 열었다. ‘카나비노이드’는 대마에서 추출되는 정신작용약 성분이다. 이 단체의 등기이사는 한국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에서 활동하는 강성석 목사와 김우영 보인제약 대표, 권용현 헤일로코리아 대표이사(의사), 최빌 전 주한 캐나다상공회의소 부회장, 박진실 법률사무소 진실 대표변호사, 우종수 포스코 교육재단 이사장 등이다.

초대 회장을 맡은 권용현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카나비노이드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효능성과 안정성을 보고했고, 올림픽 선수들은 통증 조절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WHO에서도 카나비노이드의 인체 위해나 남용 우려는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루 빨리 환자들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에 따르면 지난 6월 25일 미국 식품의약처(FDA)는 에피디올렉스를 의료용 약물로 승인했다. 에피디올렉스의 주성분인 카나비디올은 대마에서 추출한 성분이다. 미국 FDA가 대마 추출 성분을 의약품으로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 승인을 받았던 마리놀, 신드로스는 대마 성분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의약품이다.

에피디올렉스는 국내 언론을 통해 알려진 CBD오일을 의약품으로 정제한 약품으로,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편의점에서도 판매하는 건강보조식품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환자 및 환자의 가족들이 이 오일을 해외직구했다가 사법처리를 당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이들 중에는 난치성 뇌전증을 앓고 있는 아이를 둔 의사부부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1970년 습관성의약품관리법 제정 이후 대마는 마약이라는 오명을 쓰고 한국사회에서 금기가 됐다”며 “국회에서 계류 중인 관련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

지난 5월 방영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서는 난치성 뇌전증을 앓고 있는 아이를 위해 CBD오일을 해외직구 했다가 세관에 걸려 검찰 조사를 받은 황주연 의사 부부의 사연이 소개됐다. <MBC 실화탐사대 방송 캡처>

◇ “범죄자 취급보다 힘든 것은 더 이상 사용 못하는 것”

치료용 대마 합법화 논의는 지난 5월부터 본격화 됐다. 당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서는 황주연 의사 부부와 김모 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황씨는 난치성 뇌전증을 앓고 있는 아이를 위해 CBD오일을 해외직구 했다가 세관에 걸려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검찰에 상황을 설명했지만 믿어주지 않고 범죄자 취급을 했다”면서 “결국 그 자리에서 소변검사도 하고 머리카락도 다 뽑아줬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CBD오일 치료를 받은 뒤 효과가 있어 담당 의사도 계속 권유를 했다”면서 “하지만 더 이상 CBD 치료를 할 수 없다. 관련 법안이 발의만 된 상태인데 보다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황씨의 사건은 구입한 약품을 압수당하고 기소유예 처분으로 일단락됐다.

이후 황씨와 김씨의 사연이 관심을 받게 되자 정부에서도 관련 법안 개정을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희귀·난치질환자들이 자가 치료에 한해 해외에서 허가된 대마 성분 의약품 수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절차가 복잡하고 실제로 약품을 제공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식약처에 따르면 약품을 구입하고 싶은 환자들은 의사의 소견서를 식약처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식약처가 환자에게 승인서를 발급하고, 환자는 다시 해당 승인서를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제출, 센터가 해당 의약품을 수입해 환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강성석 목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만약 식약처 방식대로 약품을 들여올 경우 두 달은 걸릴 것”이라며 “뇌전증 환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 씩 생사를 오가는 경련을 일으킨다. 의료용 대마의 민간 유통을 자유롭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대마에 대해 의료 목적으로 식약처장 승인을 받은 경우 사용을 허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신 의원은 “현행법은 아편과 모르핀, 코카인 등 중독성이 강한 마약류는 의료목적으로 사용하면서 대마는 예외로 하고 있다”면서 “대마오일 주성분인 CBD는 미국과 캐나다, 독일에서 뇌전증과 자폐증, 치매 등 뇌, 신경질환 효능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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