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페 제화공들을 포함한 서울 성수동 일대 모든 제화공들이 30여개 업체 대표들에게 단체교섭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미소페 홈페이지>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구두 노예’ 논란을 일으켰던 탠디 제화공 사태가 2차전을 맞았다. 이번엔 미소페 제화공들을 포함한 성수동 일대 모든 제화공들이다. 이들은 오는 24일 3차 단체교섭에 업체 대표들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수고용직인 제화공들은 노동자성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단체교섭을 통한 사측과의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제화공들은 1·2차 교섭장에 나타나지 않았던 미소페(비경통상 브랜드)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 제화공들이 만들어낸 성과들... “이제 시작이다”

14일 오후 2시 구두 제화공들이 거리행진을 벌였다. 지난 4월 일명 ‘탠디 대첩’으로 불리기 시작했던 제화공들의 권리 찾기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4대보험 보장, 유급 휴가 보장, 퇴직금 보장, 8년간 동결됐던 공임료 인상 등을 주장했던 탠디 제화공들은 한달여 간의 투쟁 끝에 공임료 1,300원 인상이라는 작은 성과를 얻었다. 당초 제화공들은 2,000원 인상을 요구했지만 나머지 요구사항들과 함께 사측과 협의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탠디 제화공들의 일부 성과는 성수동 일제 제화공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노동조합에 가입한 제화공들만 500여명이라는 게 민주노총 서울본부 측의 설명. 이에 따라 제화공들은 6월부터 본격적으로 공임료 인상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탠디보다 더 나아간 성과도 있었다. 지난 7월 17일 세라제화와 같은달 23일 고세제화는 단체교섭을 통해 제화공들에게 각각 1,400원, 1,500원의 공임료 인상을 합의했다. 아울러 세라제화는 본사와 계약한 19명의 제화공들에게 4대보험 적용과 퇴직금 지급을 약속했고, 고세제화는 퇴직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첫 사례다. 또한 ‘탠디 대첩’ 당시 탠디 제화공들이 주장했던 요구안이기도 하다. 다만 세라제화 측은 제화공에게 고용된 직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은 내년 3월까지 별도의 단체교섭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세라제화 본사가 있는 성수동 일대에는 세라 구두를 만드는 130여명의 하청업체 직원들이 있다.

조금씩 제화공들의 처우가 개선되고, 일부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업체들은 제화공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제화공들은 이달 24일 예정된 3차 단체교섭 협상장에 업체 대표들이 나올 것을 촉구하는 거리행진 투쟁을 시작했다. 지난 6월 제화노조와 노동청으부터 단체교섭 제안서를 받은 업체는 30여곳이다. 그러나 같은달 27일 교섭장에 나온 업체는 단 두 곳뿐이었다.

또한 제화공들에 따르면 일부 업체들은 노조에 가입한 하청업체 및 제화공들에게 일감을 줄이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하루 수십켤레의 구두를 만들어야 생계가 유지되는 제화공들에게 일감 감소는 강력한 압박이 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14일 오후 성수동 일대 제화공들이 미소페 본사(오른쪽)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체교섭에 나올 것을 촉구하고 있다. <탠디 노동조합 대표 제공>

◇ 단체교섭에 나오지도 않았던 미소페

이날 제화공들은 서울 성수 성삼어린이공원에서부터 행진을 시작, 같은 성수동에 있는 미소페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화공들은 “미소페는 제화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율만큼 책임감 있는 자세로 나와야 한다”면서 “미소페는 제화노조가 요구한 1·2차 단체교섭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3차 교섭 요구에 미소페는 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용현 민주노총 서울본부 조직국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미소페가 단체교섭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긴 했지만 그간의 태도를 보면 가만히 교섭날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다”면서 “오늘 교섭에 나오겠다는 확답을 듣기 위해 미소페 측에 면담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소페 역시 백화점에서 30만원을 넘는 가격에 구두를 판매하고 있지만 탠디 사태 이후 아직까지 공임료 인상을 위한 협상도 진행된 적이 없다”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소페 외에도 많은 제화공들은 단체교섭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코오롱FnC 신발 브랜드 ‘슈콤마보니’는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제화공들에게 1,000원의 공임료 인상을 통보했다. 사측은 갑창과 밑창 제작 작업에 대해 각각 1,000원씩 인상한 만큼 업계 최고 수준인 2,000원을 인상해줬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제화공들은 각각 파트가 달라 제화공 입장에서는 1,000원 인상에 그친 셈이다.

문제는 제화공들이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이유가 비단 공임료 인상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제화공들은 작업 중 칼 등에 손이 다치는 경우에도 자비로 치료를 하고, 치료 기간 중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다.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단체교섭을 통한 대화가 절실하다고 제화공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탠디와 소다, 미소페, 슈콤마보니 등은 지난해 제화 업계 매출 상위권을 겨뤘다.

한편 <시사위크>는 미소페 측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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