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2’ ‘전지적 참견 시점’ ‘아내의 맛’ ‘나 혼자 산다’ ‘랜선 라이프’ ‘미운 우리 새끼’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백년손님’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관찰예능’이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있다. < SBS / MBC/ JTBC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해 관찰 카메라 형태로 구성된 예능프로그램 ‘관찰 예능’. 현재 안방극장은 ‘관찰예능’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상이몽2’ ‘전지적 참견 시점’ ‘아내의 맛’ ‘나 혼자 산다’ ‘랜선 라이프’ ‘미운 우리 새끼’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백년손님’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관찰예능’이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있기 때문. ‘관찰예능’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관찰예능’의 대세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독신 남녀와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해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는 2013년부터 방송돼 5년째 안방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나 혼자 산다’의 인기비결 중 하나는 캐스팅이다. 김사랑, 이소라, 다니엘헤니, 마마무 멤버 화사, 씨스타 출신 다솜, 빅뱅 멤버 승리 등 핫한 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시키고 있는 것. 여기에 이들의 일상생활 속 모습은 신선함과 함께 인간적인 매력을 불러일으키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얻고 있다. 전현무, 기안84, 박나래, 한혜진, 이시언, 헨리 등 MC들의 맛깔스러운 입담은 재미를 한층 상승시키며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관찰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시점'. < MBC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시점' 방송화면 캡처>

최근 ‘나 혼자 산다’를 위협하며 인기 상승세를 타고 있는 프로그램은 바로 MBC ‘전지적 참견시점’이다. ‘전지적 참견시점’은 매니저들의 거침없는 제보로 공개되는 스타들의 리얼한 일상을 콘셉트로한 프로그램으로, 해당프로그램을 통해 스타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매니저들의 존재감이 부각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5월 세월호 희화화 논란으로 인기가 한풀 꺾일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개그맨 박성광과 초보 매니저 임송을 영입하며 재개에 성공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시청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8일 방송된 ‘전지적 참견시점’ 시청률은 8.8%(닐슨코리아 제공)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인기 여파를 몰아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같은 관찰 예능의 키포인트는 ‘제작진의 최소한의 개입’이다. 이러한 전제 하에 출연진들은 결혼, 싱글라이프 등 프로그램 콘셉트에 맞는 상황 속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신선함과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관찰예능’이 계속 생겨나는 이유이자 각광받고 있는 중요한 이유다.

이와 관련해 ‘나 혼자 산다’ 황지영 PD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버라이어티는 연출자가 적극적으로 개입을 하지만 관찰예능은 제작진이 노출되면 몰입도가 떨어진다”며 “그게 리얼 예능 제작진의 비애 같기도. 출연자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제작진이 뒤에서 보이지 않게 더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고만 알아달라”라고 말했다.

1인 크리에이터들의 삶을 파헤치는 관찰 예능프로그램 '랜선라이프'. < JTBC '랜선라이프' 방송화면 캡처>

물론 ‘관찰예능’도 예능프로그램의 일종인 탓에 제작진의 개입이 완전히 배제될 수는 없다. 출연진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하고, 다소 불필요한 부분은 편집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편집과 연출로 인해 ‘리얼리티’에 타격을 받게 됐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김재욱‧박세미 부부. 이들이 8월 초 ‘악마의 편집’이라고 폭로하며 세간에 충격을 자아냈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결혼 이후 여성에게 보다 많은 책임과 희생을 요구하는 이 사회의 불합리한 관행을 과감하게 꼬집어낼 신개념 리얼 관찰 프로그램. 해당 프로그램에서 박세미는 시아버지에게 자연출산을 강요받는 등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시부모님의 행동들로 시청자들의 걱정을 자아냈다. 이에 남편 김재욱을 향한 날선 비판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김재욱‧박세미 부부는 하차를 결정, 방송을 통해 보여준 모습들이 사실을 아님을 전하는 동시에 제작진의 ‘악마의 편집’을 폭로해 화제를 모았다. 이 소식을 접한 시청자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지금까지의 모습이 연기였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방송에 대한 신뢰성을 잃게 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뿐 만이 아니다. 최근 tvN 예능프로그램 ‘둥지탈출’에서는 아역배우 출신 김수정이 출연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당시 방송에서는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아버지와 김수정의 모습이 담겨 전파를 탔다.

해당 방송에 대해 김수정이 해명에 나섰다.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그는 “방금 방송으로 인해 많은 얘기들이 오가는 것을 봤습니다. 전부 거짓은 아니지만 조금 과하게 편집된 것 같습니다”라며 “저희 가족은 문제없이 화목하게 지내고 있으니 더 이상 근거 없는 소문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게시물을 접한 네티즌들은 “PD님들은 시청률이 중요하니, 악마의 편집 많이 하죠! 파이팅” “상처받지말아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tvN 예능프로그램 ‘둥지탈출’ 방송에 대해 해명에 나선 아역배우 출신 김수정. <김수정 인스타그램>

‘리얼리티’는 관찰 예능의 큰 장점이자 많은 관찰 예능이 시청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리얼리티’가 없는 예능은 ‘관찰 예능’이라고 볼 수 없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시청자들의 니즈에 발맞춰 더욱 다양한 콘셉트의 관찰예능이 앞으로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국민일보를 통해 “관찰 예능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포맷이 보이지 않는다. 다소 피로감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늘고 있지만 당분간 이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런 흐름 속에 계속되는 관찰예능의 과장된 연출 및 편집 논란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 번 잃은 시청자들과 프로그램과의 신뢰는 되돌리기 힘들뿐더러 출연자의 이미지 타격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겨례를 통해 “다큐멘터리를 표방하는 관찰예능이 많아지면서 시청자는 방송에서 나오는 일들을 모두 사실로 바라보고 출연자를 평가하게 된다”며 “방송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제작진이 다큐라는 형식을 빌려와 윤리에 대한 고민 없이 선정성만을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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