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관련 서울시의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성 기자] “현재의 엄중한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추진은 보류하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발표했던 ‘여의도·용산 개발계획’ 추진을 보류하기로 했다. 박 시장은 26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주택시장이 이상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어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을 보류하겠다는 설명이지만, 사실상 그 계획을 다시 시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달 10일 싱가포르 출장 당시 “여의도를 통째로 재개발하고 서울역과 용산역 사이 철로는 지하화한 뒤 지상은 마이스(MICE) 단지와 쇼핑센터, 공원 등으로 개발하겠다”고 여의도와 서울역∼용산역 구간 개발 청사진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여의도와 용산 일대 부동산 시장은 개발 기대감에 들썩였다. 부동산 시장이 예민하게 반응하자 국토교통부가 발끈하며 비판에 나섰지만, 박 시장은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요동치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박 시장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싱가포르 선언’ 이후 7주만이다.

박 시장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와 추진은 현재의 엄중한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계획을 다시 시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 시장은 “예상치 않았던 부동산 투기나 과열이 일어나면서 이것을 지금처럼 그대로 추진하기 어렵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 돼야 그 다음에 다시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시장은 서울 집값 상승의 원인을 자신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움직임에는 반발했다.

그는 “지역 발전 구상이 마치 모든 건물을 한꺼번에 올리는 것처럼 부동산적 관점으로만 해석되면서 부동산 과열조짐이 생겼다”며 “강북에서 제가 했던 발표를 자세히 보시면 과거의 도시재생적 방식이나 마을공동체 복원 등 다양한 내용들이 들어있다. 지역 개발이 무조건 토건사업으로 이해되는 게 사실은 70년대식 발상이라 저는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고 부동산시장 참여자들의 인식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특히 박 시장은 “서울시장 취임 후 전면 철거 재개발 방식은 단호히 배격해왔다. 이런 철학과 원칙, 또 정책방향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한편 서울시는 부동산시장 과열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2부시장 직속의 ‘부동산 상황 점검반’을 만들고,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점검반을 운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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