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남 등에서 대리운전 사업을 하고 있는 ‘트리콜대리운전’(이하 트리콜) 소속 기사들이 사측의 불공정 관행 철폐를 요구하는 무기한 투쟁에 돌입한다. <픽사베이>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부산·울산·경남 등에서 대리운전 사업을 하고 있는 ‘트리콜대리운전’(이하 트리콜) 소속 기사들이 사측의 불공정 관행 철폐를 요구하는 무기한 투쟁에 돌입한다. 트리콜은 부산을 기점으로 사세를 확장해온 업체다. 그러나 회사의 성장과는 달리 대리기사들이 지적해온 수수료 문제들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10년간 트리콜에서 일했던 한 대리기사는 이 같은 문제들을 지적하다 사실상 해고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 회사는 손해 안 본다? 주납금 정책 여전히

장기적인 경기 침체 영향으로 대리운전 기사들이 매년 증가추세인 가운데 트리콜이 지난해에 이러 올해도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에 따르면 트리콜에서 10년간 대리기사로 일해 온 A씨는 사측의 수수료 관행을 지적하다 지난 4월 영구집사금지 통보를 받았다. 노조 측은 다음달인 5월 25일 트리콜 측에 ▲A씨에 대한 복직 ▲운행요금 현실화 ▲불공정 관행 폐지 등을 요구하며 교섭을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민주노총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부산지부는 지난 5월 25일 트리콜 측에 해고자 복직과 불공정 관행 철폐를 요구하는 교섭을 요청했지만 대화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운전노조>

트리콜은 지난해 1월에도 ‘주납금’ 관행 및 노조간부 계약해지 등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주납금이란 매주 한 번 대리기사들이 일정금액을 사측에 지불하는 제도다. 통상 대리운전 업체는 대리기사에게 손님을 연결해주고 요금의 몇% 가량을 받는다. 그러나 트리콜 대리기사들은 손님 수와 관계없이 매주 1회 사측에 17만5,000원가량의 주납금을 지불해야한다.

대리기사가 지불한 주납급은 각 대리점장과 대리점들을 관리하는 임원(총판), 사측에게 각각 분배된다. 이에 손님 수가 적든 많든 사측은 고정 수입을 얻는 반면 기사들은 적정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트리콜 측은 최근 주납금 논란을 의식, 일반적인 대리운전 요금 체계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매일 3,500원의 출근비를 내고, 하루 3건 이하의 손님을 받은 기사에게는 합류차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합류차 서비스를 받지 못할 경우 기사들은 이동에 따른 비용을 자비로 지불해야 한다. 이에 사실상 주납금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노조 측은 “트리콜은 무리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대리운전 기사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오는 28일 전국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물론 건설기계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와 학교비정규직, 마트 노동자들과 함께 트리콜 규탄대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대리운전기사를 특수고용직으로 분류해 지난 20년간 대리사들을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했다”면서 “이번 트리콜 사건이 전체 대리운전 기사들의 열악한 처우가 개선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016년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진출을 선언한 트리콜대리운전의 관련 기사.

◇ 수도권 진출 선언한 트리콜, 슬그머니 철수?

트리콜은 사세 확장에 힘입어 2016년 9월 서울과 경기(남부·북부) 지역 진출도 선언한 바 있다. 트리콜은 인천에서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슬로건으로 전국화 사업을 시작, 여세를 몰아 서울·경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진출 기념으로 운행거리가 짧은 구간은 8,000원의 기본요금만 받고, 대리기사들의 편의를 위해 당해 연말까지 400여대의 합류차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트리콜은 당시 카카오 택시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앱을 개발해 빠른 전국구 진출을 노렸다. 그러나 <시사위크> 취재 결과 트리콜은 최근 수도권 사업을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확장만을 위한 사내 정책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전국대리운전노조 부산지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과거 사업이 잘됐을 때 고객 서비스나 기사들의 복지 향상보다는 사업 확장에만 치중했다”면서 “하지만 결과적으로 수도권 무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리콜 서울지점(강남)에 전화해 본 결과 부산지점으로 바로 연결됐다. 해당 직원은 “현재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은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사위크>는 대리기사 해고 및 기사들의 주납금 반대 촉구에 대한 사측의 입장을 듣고자 트리콜에 연락을 취했지만 “밝힐 입장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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