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자유한국당 소속 일부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행보에 쓴소리를 내고 있다. 이를 두고 벌써부터 '김병준 흔들기'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사진은 '혁신'이라는 글자 앞에 멈춰 선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올해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자유한국당 일부 원외 인사들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행보에 쓴소리를 내고 있다. 비대위가 출범한 지 한 달을 막 넘긴 상황에서 당 내부에서 ‘쓴소리’가 나오고 있는 탓에 일각에서 ‘김병준 흔들기’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김병준 비대위원장 행보를 두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지난 27일, 김 비대위원장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것과 관련해 “사쿠라(여당과 야합하는 야당 정치인)를 많이 봤지만, 이런 사쿠라는 처음 봤다. 한국당이 어찌 이렇게 돼 버렸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지사는 이어 “야당이라면 마땅히 ‘민생경제 파탄 문재인 책임론’과 ‘북핵 폐기 전 종전협정 반대’를 주장해야 하지 않냐. 그것도 어렵다면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석방을 주장해야 야당이 아니냐”라며 “나라를 걱정하는 애국국민들이 잠 못 이루는 이 난세에 야당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인사가 보여주는 언행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이달 중순,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한국당 광역단체장 후보 출마자들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식사를 겸한 모임을 갖기도 했다. 이날 모임에는 김문수·남경필 전 경기지사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이인제 전 충남지사 후보, 서병수 전 부산시장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 유정복 전 인천시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일부 인사들은 김병준 비대위 행보에 대해 우려섞인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모임에 참석한 한 인사는 29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아직도 자중해야 할 입장”이라면서도 “지금 당에는 지혜가 많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당이 바르게 (변화해) 실오라기 같은 신뢰라도 국민에게 받아야 하는데 아직은 (당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더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사도 “언젠가 (당 혁신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할 때가 있지 않겠냐”면서 김병준 비대위 행보에 불만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모임에 참석한 한 인사 역시 “가끔 만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썩어지는 밀알이 돼 당에 헌신하고 봉사하는 모습도 보여야 하지 않겠냐”라고 추후 활동 가능성을 내비쳤다.

◇ 원내는 평온한데... 원외만 ‘들썩?’ 

일부 원외 인사들이 김병준 비대위 행보에 불만을 제기했지만, 정작 원내 분위기는 조용한 모양새다. 일부 계파 인사들이 김병준 비대위 행보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있다. 다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관망에 가깝다는 게 당 내부의 여론이다.

이는 중진 의원들이 지난 8일, 1여년만에 다시 열린 ‘한국당 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김병준 비대위 체제에 대해 지지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김병준 비대위 체제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일부 의원들도 당분간 지켜본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결국 현 김병준 비대위 체제에서 일부 원외 인사들만 적극적으로 나서서 ‘김병준 흔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당시 모임에 참석한 한 인사는 “특별한 이유 때문에 만난 것은 아니”라며 “참석한 사람들이 다들 친분이 있고, 모임에서도 개인적인 이야기만 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또 다른 인사 역시 “아직까지 왈가왈부할 처지가 아니다. 선거에서 실패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당시 모임 성격에 대해 개인적인 안부만 묻는 자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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