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의 결혼식’이 9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너의 결혼식’(감독 이석근)이 9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무서운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3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누적 관객수 138만367명을 기록한 ‘너의 결혼식’은 손익분기점 150만명을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웃음과 공감, 그리고 설렘까지 3박자를 두루 갖춘 ‘웰메이드 로맨스’로 호평을 받고 있는 ‘너의 결혼식’. 알고 보면 더 재밌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한다.

‘너의 결혼식’은 3초의 운명을 믿는 승희(박보영 분)와 승희만이 운명인 우연(김영광 분), 좀처럼 타이밍 안 맞는 그들의 다사다난 첫사랑 연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고등학생 첫 만남을 시작으로 대학생, 취준생, 사회 초년생에 이르기까지 풋풋함과 설렘, 아련함을 오가는 다채로운 감정의 첫사랑 연대기를 담아낸다.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될 줄은…”

‘너의 결혼식’은 지난해 9월 크랭크인 한 뒤 같은 해 12월 촬영을 마쳤다. 그리고 지난 22일 관객과 만났다. 크랭크인 후 1년도 지나지 않아 비교적 빠른 시간에 개봉했지만, 촬영이 시작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너의 결혼식’에서 3초 만에 빠지는 운명을 믿는 여자 환승희 역을 맡은 박보영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주인공 승희 역을 맡은 박보영은 시나리오를 받고 촬영이 들어가기까지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렸다. 다른 작품은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박보영은 “기다리는 게 길었다”면서 “처음 이야기가 나오고 나서 시간이 걸렸다. 좋은 얘기가 오고 가고 있었고, (작품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확정될 때까지 다른 작품을 할 수 없어서 계속 기다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촬영은 계속 지연됐고 결국 JTBC ‘힘쎈여자 도봉순’을 마치고 난 후에야 촬영에 들어갔다. 박보영은 “드라마 제의가 들어와서 (‘너의 결혼식’ 제작사 측에) 물어봤는데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으니 드라마 먼저 하고 와라’고 해서 갔다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 승희는 ‘나쁜 X’?

‘너의 결혼식’은 철저히 남자 주인공인 우연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탓에 남성적 관점에서 바라본 첫사랑 이야기가 담겼다. 승희 만을 바라보는 우연의 마음과 성장하는 과정 속 그의 다채로운 감정이 꼼꼼하게 그려지는 반면 승희의 상황과 마음은 좀처럼 알 수가 없다. 이에 승희는 쉽게 마음이 변하고, 우연에게 상처만 주고 떠난 ‘나쁜 여자’로 비치기도 한다.

박보영이 ‘너의 결혼식’ 승희 캐릭터에 대한 변을 내놨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하지만 승희에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박보영은 “우연은 끝까지 마음 정리를 못하고 승희는 이미 정리한 것처럼 보이는데 그녀가 마음을 정리하게 된 계기가 있다”고 털어놨다. 박보영에 따르면 승희가 우연에게 여자친구가 있다고 오해를 하고 마음을 접는 장면을 실제로 촬영했는데 최종 편집 작업에서 삭제됐다.

박보영은 “영화를 보고 나서 ‘왜 자꾸 승희만 나쁜 것처럼 보이지?’라고 생각해보니 그 촬영 장면이 없어졌더라”라면서 “(이석근) 감독님한테 물어봤더니 ‘안 그래도 물어볼까 봐 마음이 두근두근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우연의 시선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여자분들이 ‘승희가 어떻게 마음 정리를 빨리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을 것 같다. 나중에라도 관객과의 대화를 해보려고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너의 결혼식’ 촬영 현장은 애드리브의 향연이었다. 오징어 다리를 이용해 우연의 연애 상담을 해주는 근남의 모습은 김영광(오른쪽)과 강기영의 아이디어로 완성됐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애드리브의 향연

‘너의 결혼식’ 촬영 현장은 애드리브의 향연이었다. 배우들은 순발력과 재치가 돋보이는 아이디어로 웃음과 설렘을 선사하는 명장면을 완성시켰다. 먼저 우연한 계기로 우연의 사생활을 알게 된 승희가 “신데렐라는 12시, 우연이는 11시”라며 우연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장면. 박보영은 시나리오에 쓰인 지문에 멜로디를 더해 노래로 소화했다. 박보영의 통통 튀는 아이디어로 더욱 생동감 넘치는 장면이 탄생했다.

김영광도 애드리브로 우연 캐릭터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승희가 자신을 쫓아다니는 동급생 택기를 철벽 방어하기 위해 우연과 사귄다고 말하자 춤을 추는 우연의 모습은 김영광의 순발력으로 완성된 장면이다. 또 승희와 우연 사이를 질투하는 택기가 우연에게 우유를 던지는 장면에서도 김영광의 애드리브는 이어졌다. 박보영의 얼굴에 우유가 튀자 자연스럽게 닦아준 것. 이는 김영광의 즉흥 연기로 완성된 것으로 관객들의 설렘을 자극하는 장면 중 하나다.

우연의 친구 근남 역 강기영도 재치 있는 애드리브를 선보였다.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승희의 말에 충격받은 우연에게 연애 조언을 건네는 장면. 근남은 “봐라! 남친이 없어. 모든 남자가 경쟁자지? 근데 남친이 있잖아! 그 남자만 제껴!”라고 오징어 다리로 연애 상담을 해줬다. 해당 장면 촬영 전 김영광과 강기영은 다양한 버전의 애드리브를 준비했고, 가장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최종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너의 결혼식’에서 승희만을 바라보는 순정 직진남 황우연 역을 맡은 김영광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우연은 ‘집착남’?

‘너의 결혼식’ 속 우연은 승희만을 바라보는 지고지순한 남자이지만, 조금만 시선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우연의 행동은 집착으로 보이기도 한다. 대학교 홍보물 속 첫사랑의 모습을 발견해 같은 대학에 진학하고,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하는 모습에 분노해 돌을 던져 차 유리창을 깨버린다. 첫사랑에게 돌아가기 위해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는 이기적인 모습도 보인다.

이석근 감독도 이점을 염려했다. 이 감독은 “우연이가 하는 행동들이 어떤 시점에서 보면 되게 순수한데 시선을 조금만 틀면 집착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 “그런 부분을 염려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 감독의 걱정은 배우 김영광을 만나 깨끗이 털어낼 수 있었다. 그는 “초반에 김영광 배우가 웃는 모습을 봤는데 정말 순수하고 아름답게 웃더라”라면서 “저 미소와 웃음을 가진 배우가 우연을 연기하면 무조건 호감이 되겠다는 확신이 왔다. 그래서 캐스팅했고, (김영광이 우연 역을 연기하게 돼서) 정말 행복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박보영도 “집착으로 보일 수 있는 면들을 (김영광) 오빠가 소화하면서 밉지 않게 잘 소화한 것 같다”면서 “미소가 엄청 큰 것이란 걸 느꼈다. 우연 역을 김영광 오빠가 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이 역할을 오빠가 안 했으면 누가 했을 정도로 매 순간 우연이었다”고 칭찬했다.

‘너의 결혼식’에서 현실 친구 케미를 발산한 (왼쪽부터)김영광·장성범·고규필·강기영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아이스크림 120개로 다진 ‘우정’ 

‘너의 결혼식’은 김영광과 박보영의 달달한 ‘커플 케미’뿐 아니라 우연과 근남(강기영 분)·수표(장성범 분)·공자(고규필 분) 네 남자의 현실 친구의 모습도 리얼하게 담아내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승희에게 남자친구가 생긴 것을 알고 좌절에 빠져 있는 우연과 달리 각자의 연애에 집중하는 근남·수표·공자의 모습은 현실 친구 ‘케미’를 발산해 웃음을 자아낸다.

이 장면은 김영광과 강기영·장성범·고규필이 함께 호흡을 맞춘 첫 신이다. 영화에서 돈독한 사이로 나오는 만큼 네 배우는 촬영 전날 따로 시간을 내 단합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그 결과 네 사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실제 친구 못지않은 리얼한 장면을 완성해냈다. 빈속에 무려 120개의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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