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충남 예산군 덕산 리솜리조트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이해찬 대표, 추미애 전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후 정부·청와대에 강한 목소리를 내며 향후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여당이 쥐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 대표는 당·정·청의 공조체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당의 목소리가 정부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내 최다선(7선) 의원인데다 국무총리를 지낸 무게감 있는 당 대표의 등장으로 민주당의 존재감도 덩달아 선명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대표는 취임 5일 만에 열린 첫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낙연 국무총리·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청와대에선 장하성 정책실장 등이 참석해 대면식 형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당은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경청하고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되기 때문에 쓴소리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기 바란다”고 정부·청와대 인사들에게 당부했다.

또 노무현 정부 당시 국무총리였던 경험을 떠올리며 “제가 총리를 할 때도 당·정·청 협의를 많이 해봤는데 상호 간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하면서 의사소통을 하는 게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내가 2005년에 국무총리를 할 때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있어 대책을 세웠는데, 투기가 의심되는 동향이 있으면 필요한 조처를 즉각적으로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고위 당정협의를 월 1회 정례적으로 하기로 이낙연 국무총리와 합의했다. 또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당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국회 상임위원회와 정부 측 관계자가 직접 만나 협의하는 상임위별 당정협의도 월 1회씩 정례화한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에 들어서면서 ‘이해찬 체제’ 하에 민주당이 기존보다 뚜렷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획재정부가 예년보다 빠르게 추석 대비 민생안정대책을 내놓은 것도 당·정·청 협의가 끌어낸 성과 중 하나다. 기재부는 당·정·청 협의 직후 우선 14개 중점관리 품목을 선정해 비축물량을 방출하는 형태로 전통시장 공급물량을 평상시보다 1.5배가량 늘리고 23~25일까지는 전국 모든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전액 면제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추석 민생안전대책’을 발표했다. 통상 추석을 2주 앞두고 발표하는 대책이지만, 폭염 장기화와 호우 피해가 일어난 상황에서 보다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 당 존재감 키우는 이해찬… ‘20년 집권 플랜’ 가동

이 대표는 31일 진행된 당 워크숍에서 “(6·13 지방선거에서) 부산, 울산, 경남까지 합쳐서 우리가 완전히 석권했기 때문에 지역주의도 많이 완화되고 다음 총선에서 기대가 많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겠다”며 “이런 환경을 잘 살려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2022년 재집권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가 있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31일과 1일 1박 2일간의 워크숍을 마치면 청와대에서 당·정·청 전원협의회가 예정돼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 의원단과 전체 국무위원, 청와대 수석을 초청해 오찬을 하는 형식이다. 이 대표는 8·25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다음날인 26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을 찾아 이낙연 총리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만났었다. 이 대표는 “당·정·청 관계를 원활하게 잘 풀어가자는 얘기를 주로 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슬로건으로 ‘강한 여당’을 내걸었던 만큼 여당의 목소리를 키워나갈 예정이다. 당 워크숍에선 이날 저녁 이낙연 총리 주재로 만찬이 열린다. 이 자리에는 의원직을 겸하고 있는 장관들을 포함한 소속 의원들과 각 부처 장관, 청와대 참모진이 두루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모인 당·정·청 관계자들은 정기국회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주요 전략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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