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관저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주 중 중국에 2,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싶어하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선택지도 검토 중이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미국이 세계 각국과 벌렸던 무역 분쟁들을 하나 둘 마무리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각) 멕시코와 무역협상을 타결한데 이어 캐나다와도 빠른 시일 내에 자유무역협정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30일(현지시각)에는 한국과 아르헨티나, 브라질의 철강 수입쿼터 제한을 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유럽연합과는 자동차 관세율을 두고 논의를 계속하는 중이다.

중국만은 예외다. 백악관에서는 연일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중국 시장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다(21일)”, “중국에서 미국으로 마약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21일)”, “북한이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압박받고 있다(30일)”와 같은 발언들은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감을 잘 보여준다.

◇ 초읽기 들어간 ‘2,000억달러 추가관세’

블룸버그는 30일(현지시각) 백악관 내부 인사 6명의 발언을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공청회 절차가 마무리 되는대로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싶어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관세부과를 위한 행정절차에 따라 기업들로부터 9월 6일(현지시각)까지 의견서를 받고 있는데, 이 날이 지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2,000억달러라는 숫자 자체는 이미 수차례 백악관 관계자들에 의해 언급된 바 있다. 다만 백악관이 구체적인 실행 날짜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보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서로 500억달러어치 수입품에 관세(25%)를 부과하고 있으며, 백악관이 계획대로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의 대 중국 관세규모는 2,500억달러에 이르게 된다. 한편 중국은 미국이 처음 ‘2,000억달러 관세안’을 꺼냈던 3일(현지시각) 600억달러의 보복관세 계획을 발표하며 맞대응한 바 있다. 이 경우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 1,100억달러에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지난 2017년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상품을 수입하는데 5,060억달러를 썼으며,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1,300억달러어치 상품을 구매했다. 중국이 미국에 600억달러어치 관세를 다시 부과한다면 작년 수입액의 약 85%에 관세를 물리는 셈이다.

◇ 24년간 묵혀둔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 만지작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았던 것은 관세뿐만이 아니었다. 블룸버그는 30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가 환율조작국 선정에 사용되는 공식에 비춰 해외 주요국의 통화가치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환율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가장 대표적인 나라는 물론 중국이다.

한편 지난 28일(현지시각)에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위안화를 부양하는 것(평가절상)은 환율조작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15일 6.93위안까지 높아졌던 위안/달러 환율이 6.80위안으로 다소 낮아진 시점이었다. 얼핏 중국의 통화정책을 칭찬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반대로 말하면 위안화가 다시 약세를 보일 경우 통화조작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 대 미국 무역흑자와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규모, GDP 대비 외환시장 개입규모라는 기존 환율조작국 지정요건 대신 ‘위안화 평가절상’이라는 결과만 보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미국 재무부는 오는 10월 환율보고서를 발표하고 환율조작국, 또는 관찰대상국을 지정한다. 통상적으로 중국은 환율보고서가 발표될 때가 다가오면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높이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이 마지막으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1992년이며, 1994년부터는 중국뿐 아니라 어떤 나라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적이 없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만큼이나 환율조작국 지정을 무기로 휘둘렀던 인물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재무부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을 단행할 경우 중국은 무역과 금융 양면에서 높은 수위의 제재에 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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