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생활 SOC 현장방문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했던 ‘생활형 SOC’의 구체적인 사례가 공개됐다. 4일 서울 은평구 구산동 도서관마을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SOC의 모범”이라며 “지역주민이 주도하고 지자체와 정부가 지원하는 협치의 대표적 모델”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방문한 구산동 도서관 마을은 2015년 11월 개관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서명이 건립운동으로 이어졌고, 서울시 참여예산제와 힐링캠프 예산 지원을 받아 건립됐다. 기존 노후 연립주택 3개동을 붙여 리모델링 한 것이 특징으로 2016년 서울시 건축상 등을 수상했다. 무엇보다 건립과정부터 건축까지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완공돼 의미가 크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 ‘주민자치’ ‘도시재생’ ‘삶의 질’ 3요소가 핵심

문 대통령은 “주민들의 상상력과 공감으로 대단히 창의적인 공공건축물 만들었다. 위탁 운영 맡은 협동조합은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일자리도 제공하고 있다. 정말 멋지다”며 “가족 규모가 줄고 맞벌이 부모가 많아지고 삶의 질이 중요한 가치가 되면서 이러한 시설들은 필수적인 시설이 됐다”고 생활형 SOC 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른바 ‘생활형 SOC’가 처음 공론화 된 것은 지난달 6일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도서관, 체육시설, 보육시설, 문화시설 등 지역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지역 밀착형 생활 SOC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토목사업이 아닌 주민들의 복지와 편의 등 피부로 절감할 수 있는 시설”이라고 부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 위치한 도서관 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다만 문화시설 건립 등의 사업은 기존에도 추진돼 왔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날 행사를 통해, ‘주민자치’ ‘도시재생’의 성격을 갖는 지역 문화시설 건립을 의미한다는 것을 보다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됐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주민 생활 밀접한 기반 시설을 과거 대규모 토목 SOC와 차별화하여 생활 SOC라고 부르기로 했다”며 “공공 투자를 지역 밀착형 생활 SOC로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예산낭비·지역격차 문제점 상존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 생활 SOC예산을 5조8,000억원에서 8조7,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여가·건강 활동에 1조6,000억, 지역경제 활력 제고 3조6,000억, 생활안전 및 환경개선 3조4,000억원 등이다. 국민체육센터, 어린이 박물관, 노후 공공임대주택 시설 개선, 주택 태양광 지원, 지역거점 공공병원 기능보강 사업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매칭되는 지역예산을 포함하면 1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은 “예산안을 꼼꼼하게 들여다 볼 것”이라며 송곳검증을 말했지만, 내심 반기는 형국이다. 표밭 관리에 나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역 민원 중 가장 많은 것이 체육시설 같은 문화공간 건립”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지어준다는 데 마다할 의원은 없다”고 했다.

문제는 생활 SOC 확충이 생색내기용 예산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재정상황에 따라 지역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몇 해 전 매칭예산으로 지역에 박물관을 짓는 게 유행처럼 번지면서 전국에 수십개의 박물관이 지어졌다. 그렇게 지어진 박물관 상당수가 큐레이터 하나 없이 방치되고 있는 곳이 다수”라고 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매칭사업이라는 게 일단 지역에서 확보한 예산이 있어야 하는데, 사정이 열악한 곳은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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