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광폭 행보’에 나섰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광폭 행보’에 나섰다. 한국당이 추구하던 보수 가치와 더불어 진보 색채를 띈 행보에도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11일, 경북 구미에 위치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참배, 존경심을 나타냈다.

김 비대위원장은 참배 후 방명록에 “조국 근대화의 기적, 온 국민이 길이 기억할 것입니다”라고 썼고, 이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제3공화국 이후 우리나라 경제가 정말 크게 성장했다”라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켜세웠다.

김 비대위원장이 지난 7월 30일,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당시 방명록에 ‘모두 다함께 잘사는 나라’라고 쓴 것과 같은 방식으로 존경심을 표현한 것이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구미국가산업단지 입주기업체와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도 “박 전 대통령 생가에 가서 제가 ‘조국 근대화 기적의 역사를 온 국민께서 기억할 것이다’라고 썼다. (구미는)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큰 성장의 역사를 썼던 그 근거지”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업적을 언급하며 구미시를 추켜세운 셈이다.

◇ 김병준 광폭행보 이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에 대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유사한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동시에 ‘소상공인·중소기업인 보호’라는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보수 가치인 ‘자유시장경제체제 유지’라는 명제를 놓치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남북관계를 잘하고 있고 평화가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평화 담론이 우리 사회에서 커지게 한데는 기여했다고 본다”고 호평했다. 다만 4·27 판문점선언문 국회 비준 동의 여부에 대해서는 ‘북한 비핵화’라는 전제조건을 재차 강조했다.

이를 두고 김 비대위원장이 ‘중도층 공략’ 차원에서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광폭행보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 같은 해석에 대해 당 핵심 관계자는 11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결국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이다. 한국당이 이들의 고통과 절규를 귀담아 듣고 대책을 마련 하는 게 일”이라면서도 “(외연 확장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론적으로 중도 쪽으로 외연확장하는 것으로 연결될 수는 있다”고 밝혔다.

다만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같은 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김 비대위원장은) 이념적인 스펙트럼에 따라 행동하는 분은 아니다”라며 외연확장을 겨냥한 행보라는 해석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비대위원장은 나라를 어떻게 하면 더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 뒤 행동하고 있다”며 “이념적 스펙트럼과 무관하게 여러 영역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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