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재차 발생한 메르스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대체적으로 적절한 대응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호텔격리와 같은 허점이 노출되기도 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두 번째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지 일주일이 흘렀다. 지난 8일 첫 번째 확진 판정 이후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21명의 밀접접촉자 모두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오는 등 진정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우왕좌왕 대응 속에 186명의 확진자와 38명의 사망자를 낳았던 2015년과 비교해 훨씬 기민하고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모든 게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자칫 대규모 전파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구멍’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밀접접촉자인 승무원들의 ‘호텔격리’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대응지침에 충분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응지침에 없는 ‘호텔격리’… 다중이용시설 지침 강화 필요

지난 7일 입국한 A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8일 오후 4시경이다. 이후 메르스 대응지침에 따라 밀접접촉자에 대한 격리 조치가 이뤄졌다.

문제가 된 것은 핵심 밀접접촉자에 해당하는 승무원들이다. 비즈니스석에서 A씨에게 서비스를 제공한 승무원 4명은 인천국제공항 인근의 특급호텔인 ‘그랜드 하얏트 인천’에 투숙 중이었다. 한국인 여성 승무원 2명과 세르비아 여성 승무원 1명, 그리고 이집트 국적의 남성 승무원 1명 등이다.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통보를 받은 인천시 보건정책과는 중구보건소를 통해 해당 승무원들에 대한 격리조치를 실시했다. 담당자들이 호텔에 도착한 것은 8일 저녁 11시 30분경이다.

메르스 대응지침에 따르면, 밀접접촉자에 대한 격리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자택의 독립된 공간에 격리하는 ‘자가격리’와 별도로 지정한 시설에 격리하는 ‘시설격리’, 입원치료가 필요해 병원에 격리하는 ‘병원격리’ 등이다.

그런데 국내에 거주지가 없는 이들 승무원(한국인 승무원도 UAE 거주 중)들은 머물던 호텔 객실에 격리됐다. 인천시 관계자는 “애초에 승무원들이 배정받은 객실 위치가 다른 투숙객들의 출입이 많지 않은 곳이었다”며 “호텔 담당 매니저에게 마스크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한 뒤 승무원들에게 밀접접촉자 통보 및 격리 관련 내용을 안내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지침에 없는 격리방식이다. 또한 호텔은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다중이용시설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186명의 확진자 중 96.2%에 해당하는 178명이 의료기관에서 전염됐다. 대부분 다중이용시설에서 전염이 이뤄진 것이다. 더욱이 객실이 1,000여개에 달하는 그랜드 하얏트 인천은 공항이용객들이 주로 찾는다. 만약 이곳에서 전염이 발생했다면, 출입국자들이 대거 전염 가능성에 노출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될 수 있었다.

해당 승무원들은 9일 밤 9시경이 돼서야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격리시설로 옮겨졌다. 소재가 파악되고도 약 하루 만에 정상적인 격리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지침에 맞지 않는 ‘호텔격리’가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자 질병관리본부 측은 “다른 투숙객들의 출입이 드문 객실에 격리조치를 한 뒤 적극적인 능동감시를 실시했다”며 “해당 승무원들의 객실 출입기록을 확인한 결과, 격리조치 이후 출입 기록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애초부터 격리시설로 이동시키지 않은 이유는 물음표로 남는다.

다중이용시설에 밀접접촉자가 격리돼 오랜 시간 머물렀음에도 구체적인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것 역시 논란으로 남는다. 질병관리본부는 해당 호텔과 관련해 구체적인 정보를 밝히지 않았고, 그랜드 하얏트 인천 역시 다른 투숙객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공지하지 않았다. 이에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호텔을 수소문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각에선 “예약취소 및 환불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그랜드 하얏트 인천 관계자는 “투숙객들에게 알리라는 질병관리본부의 요청이나 지시가 없어 따로 공지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이유로 예약취소나 환불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규정에 따라 취소 및 환불을 해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인천시 보건정책과 측은 “확진환자가 발생한 경우 정보공개나 폐쇄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지만, 밀접접촉자는 그런 조치까지 내려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호텔 격리’ 논란은 과잉대응보단 늑장대응, 부실대응에 가깝다. 다행히 승무원들에게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추가 확산도 없었지만, 밀접접촉자가 전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애초에 호텔 객실에 격리한 것부터 대응지침에 맞지 않는 잘못된 조치였고, 이후 해당 호텔 정보 및 사후조치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 또한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선 각각의 특수한 상황을 가정해 대응지침을 마련하고, 호텔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정보공개 및 조치 관련 규정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에 하나라도 전염이 발생할 경우 그 후폭풍이 클 수밖에 없는 게 다중이용시설이기 때문이다. 환불 등 영업피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도 있지만, 국가가 손실을 보상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0조)가 이미 마련돼 있다.

한편, 그랜드 하얏트 인천은 현재 해당 승무원들이 투숙했던 객실은 물론 주변 객실에 대해서도 격리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그랜드 하얏트 인천 관계자는 “해당 객실들은 우선 14일간 투숙객에게 객실 배정을 하지 않을 계획이며, 향후 방역 및 객실 운용 재개 등은 질병관리본부와 긴밀히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은 여전히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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