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국제금융센터지수 순위가 지난 3월보다 6계단 떨어졌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서울의 국제금융도시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 국제 컨설팅그룹의 조사에서 서울의 금융경쟁력이 해외 도시들에 비해 약화됐다는 결론이 나왔으며, 특히 중국의 금융도시들에게 밀려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이는 지난 수년간 꾸준히 반복되고 있는 모습들이다.

◇ 서울, 33위로 6계단 추락

영국계 컨설팅그룹 ‘Z/YEN’은 매년 두 차례 세계 금융도시들의 경쟁력을 점수화해 순위를 발표한다. Z/YEN이 12일(현지시각) 공개한 9월 국제금융센터지수 보고서에서 서울은 668점을 얻어 세계 33위에 자리했다. 올해 3월에 받은 점수보다 11점이 낮으며, 순위도 27위에서 6계단 떨어졌다. 작년 9월 순위(22위)와 비교하면 하락폭은 더 커진다. 1년 사이 서울의 국제금융 경쟁력이 11계단 떨어진 셈이다.

자연히 평가도 박해졌다. 서울은 올해 초까지 도쿄‧파리 등과 함께 ‘글로벌 리더’로 분류됐지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글로벌 다각화 도시’로 카테고리가 변경됐다. 여전히 많은 국가들과 교류를 맺고 금융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그 깊이는 다소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외국인투자를 유치할 금융 인프라 측면의 매력이 떨어지고 규제완화‧영업환경 개선과 같은 정책적 노력이 부족하는 점은 서울이 주요 경쟁도시에 비해 가지는 약점으로 지적된다. 금융위원회가 3년마다 발표하는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 외에는 금융중심지 육성을 위한 특별한 종합정책이 없으며, 그나마도 매번 도돌이표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금융 인프라를 선진화하겠다는 17~19년도 기본계획안의 내용들은 지난 2014년 발표된 14~16년 계획에도 대부분 담겨있다.

한편 부산은 지난 3월보다 13점을 더 얻어 순위가 소폭 상승했다(46위에서 44위로). 작년 9월 70위까지 떨어진 것에 비하면 다소 개선된 모습이다. 다만 단순 점수로 비교하면 부산의 올해 기록은 631점으로 70위를 기록했던 작년 9월(625점)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부산국제금융도시추진센터 측은 이에 대해 “Z/YEN에서 국제금융센터지수의 산정과 관련해 어떤 방법론을 사용하고 있는지 공개하지 않아 해석에는 곤란한 부분이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Z/YEN은 국제금융기관들이 발표하는 객관적 지표뿐 아니라 자체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한 주관적 인식조사 결과도 순위에 반영한다. 부산은 이 설문조사 결과가 상대적으로 좋지 못한 도시로 뽑혔다. 조사 대상 100개 도시 가운데 설문조사로 인해 부산보다 더 많은 점수를 잃은 곳은 중국 다롄 한 곳 뿐이었다. 부산이 정량적 평가에 비해 정성적 평가에서 큰 손해를 봤다는 뜻이다.

◇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고개 숙인 런던

주가를 안내하는 상하이 증권거래소의 전자화면. <뉴시스/AP>

Z/YEN의 이번 국제금융센터지수 보고서에서는 중국 도시 다수가 약진해 서울의 부진이 더 두드러졌다. 상하이(766점)는 지난 3월보다 25점을 더 얻어 도쿄를 제치고 5위로 올라섰다. 세계 탑4 금융허브로 손꼽히는 싱가포르와 불과 3점 차이다. 칭다오와 광저우는 지난 반년 사이 서울을 추월했다.

중국은 ‘향후 2,3년 내에 중요성이 부각될 금융도시’ 목록에도 상위 15위에 5개 도시를 진입시켰다(서울 15위). 상하이와 칭다오를 필두로 청두·베이징·선전이 이름을 올렸다. 쓰촨성의 핵심도시인 청두는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로 진출하는 관문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는 2022년까지 위안화·외화 예금규모를 5조위안으로 늘리겠다는 목표 하에 ‘서부금융센터 구축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기술혁신도시로 유명했던 선전은 이제 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이 세계 8위에 달하는 금융도시로 성장했다.

한편 런던은 뉴욕에게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금융도시’ 타이틀을 내줬다. Z/YEN의 순위에서 뉴욕이 런던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은 지난 2015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절차를 밟으면서 유럽 금융시장에 대한 런던의 접근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더시티유케이(TheCityUK)’의 마일스 셀릭 회장은 12일(현지시각) <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런던과 뉴욕은 오랜 기간 동안 최고의 국제금융센터 자리를 놓고 경쟁해왔다. 브렉시트의 미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두 도시의 자리를 바꿔놓은 원인이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유럽은 앞으로도 매력적이고 경쟁력 있는 사업장소로 남아야 한다”며 정치가들이 브렉시트 문제를 논의할 때 경제적 파급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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