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앤아이의 프리미엄 베개 브랜드 '가누다' 일부 제품에서 방사능 물질인 라돈이 검출됐다. <티앤아이>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기능성 베개의 대명사가 된 ‘가누다’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일부 제품에서 라돈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공식화 되면서 소비자들의 배신감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가누다를 만드는 티앤아이 측은 ‘단종된 제품에서의 일’이라며 여파를 최소화하는 데 만전을 기울이고 있지만, 공포의 이름처럼 불리고 있는 라돈의 파급력을 막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건강 베개로 강소기업을 일군 유영호 대표의 성공 신화에도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 대진 사태 4개월 후, 끝나지 않은 라돈의 공포

120만개 판매고를 올린 가누다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됐다. 침구업계 최대 리스크인 라돈이 검출되는 불상사를 맞았다. 19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정밀 분석 결과 ‘티앤아이’의 가누다 베개 2종에서 연간 피폭선량이 안전기준인 1 밀리시버트(mSV)를 초과해 수거 명령 등 행정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가누다에서 라돈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원안위가 밝힌 대로 가누다 베개를 만드는 티앤아이는 “라돈이 검출됐다”는 소비자의 제보를 토대로 지난 7월 자발적 리콜을 실시한 바 있다. 방사능 관련 국가공인기관까지 동일한 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당시 티앤아이의 검사 결과가 재확인된 셈이다.

티앤아이 측은 “5년 전 단종된 베개 커버에서의 문제”라며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버거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자발적 리콜을 선언했을 때와는 다르게 라돈 검출이 공식화 되자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전에 없던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뒤늦게 관련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의 반응도 제품 전체에 대한 불신에 가까운 모습이다.

“현재 판매 중인 모든 제품에는 이상이 없다”는 회사 측의 설명에도 불안감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은 게 무리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지난 5월 불거진 대진침대 사태는 ‘제2의 가습기살균제’로 불릴 만큼 라돈은 우리 사회에서 공포 그 자체가 됐다. 또 그 기능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태에서 개당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전략을 써온 것도 소비자들의 배신감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 명절 앞두고 라돈 날벼락, 프리미엄 이미지 ‘어쩌나’

특히 대목인 추석 명절을 목전에 두고 불상사가 발생한 건 티앤아이 입장에서 더 뼈아픈 일이다. 기능성 여부를 떠나 숙면에 대한 인식과 목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면서 어느새 가누다 베개는 명절 인기 선물 반열에 오르게 됐다. 설날이나 추석을 앞둔 홈쇼핑에서는 종종 매진을 기록하며 그 인기를 입증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올해 추석은 악몽으로 남게 될 공산이 커 보인다.

프리미엄을 강조해 온 가누다가 ‘라돈 베개’라는 오명을 안으면서 유영호 대표의 성공 신화에도 금이 가게 됐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인 1985년 열쇠고리 노점으로 장사길에 뛰어든 유 대표는 타고난 수완을 발휘해 온 인물로 널리 알려졌다. 학교에서는 사업가가 돼야 한다는 이유로 야간 자율학습을 빼줬다고 했을 만큼 유 대표는 장사 한 길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다.

2001년 티앤아이를 설립해 어매니티 업계의 강자가 된 유 대표는 가누다를 통해 자신의 꿈에 한발짝 더 다가선 듯 했다. 회사는 연매출 400억 규모의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단돈 500원짜리 열쇠고리를 팔던 소년이 상장 기업의 대표가 되는 또 하나의 성공 스토리가 탄생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유 대표가 특유의 수완을 발휘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관심이 모아지지만, ‘라돈’이라는 주홍글씨를 지우기란 결코 쉽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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