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을 앞둔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르노삼성 제공
취임 1년을 앞둔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르노삼성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이 우울한 취임 1주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야심차게 출시한 신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등 내수시장 판매부진이 지속되고 있을 뿐 아니라, 노사관계도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시뇨라 사장은 지난해 11월 1일 정식 취임했다. 박동훈 전 사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급박하게 후임으로 선임된 것이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르노그룹의 목표에 맞게 향후 르노삼성차의 새로운 비전도 설정할 것”이라며 “한국인의 근면함에 르노그룹이 120년 동안 쌓아온 유무형 자산을 더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르노삼성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하지만 취임 1주년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시뇨라 사장은 이중고에 빠져있다.

먼저, 끝 모를 내수시장 판매부진이다. 르노삼성은 9월 내수시장에서 6,713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는데 그치며 지난 4월에 이어 또 다시 7,000대 아래로 떨어졌다. 9월까지 누적 판매실적은 6만2,34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7만5,172대에 비해 17.1% 줄어들었다.

2016년 돌풍을 일으켰던 SM6는 누적 판매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7% 감소했고, 소형SUV의 선두주자였던 QM3 역시 49.8% 감소했다. 그나마 QM6가 분전을 이어가고 있으나 전반적인 판매부진을 넘어서기엔 역부족이다.

새로 투입한 클리오의 부진도 뼈아프다. 지난 5월 야심차게 출시한 클리오는 9월 판매실적이 304대에 그쳤다. 석 달 연속 300여대에 머문 가운데, 이마저도 무너질 위기다. 소형차와 해치백의 한계를 넘겠다고 공언했지만, 또 하나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르노삼성은 월간 판매실적에서 수입차업계에 추월을 허용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시뇨라 사장의 고민거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비교적 순탄했던 노사관계도 갈등 국면을 맞고 있다.

임단협 과정에서 사측과 입장 차를 쉽게 좁히지 못한 노조는 이달 들어 잔업 및 특근을 거부하고 있으며, 4일엔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3년간 이어졌던 무분규 임단협 타결이 올해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흐르는 모습이다. 르노삼성은 국내 완성차업계 중 유일하게 임단협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시뇨라 사장의 이 같은 취임 첫해 행보는 전임 박동훈 사장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하다. 박동훈 사장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자신감을 앞세워 취임 첫해부터 르노삼성의 판매 돌풍을 이끈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이 내수시장 판매부진을 벗어나기 위해선 적잖은 시간이 필요해 보이고, 올 연말까지는 노사갈등에 따른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올해 초 거센 논란에 휩싸였던 한국지엠 못지않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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