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자사 직원들을 보호하는 캠페인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신세계 경기점의 화장품 매장에서 한 고객이 직원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있는 모습. / 유튜브 캡처
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자사 직원들을 보호하는 캠페인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신세계 경기점의 화장품 매장에서 한 고객이 직원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있는 모습. / 유튜브 캡처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유통업계가 자사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고객에게 일방적인 친절만을 강요하던 관습에서 벗어나 상식을 어긴 악성 고객에게 정당하게 맞설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가 속속 마련되고 있다.

악성 고객에 강경 대응 예고한 백화점

직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건 단연 백화점 업계다. 서비스 정신이 강조된다는 특성을 악용해 지나친 요구나 폭언, 협박 등 ‘갑질’을 일삼는 악성 고객이 끊이지 않자 백화점 업계가 결국 특단의 조취를 취하고 있다. 신세계는 이달부터 영업방해를 일삼는 악성 컴플레인 고객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사원 보호 캠페인을 시행한다.

신세계의 이번 캠페인은 지난 7월 불거진 ‘화장품 갑질녀’ 사건에서 비롯된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신세계 경기점에서는 제품에 불만을 품은 한 고객이 화장품 매장 직원들의 머리채를 잡고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큰 논란을 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점차 악성 고객에게 희생되는 백화점 직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이번에 시행되는 사원 보호 제도는 관련 사고를 예방하는데 초점을 뒀다. 고객 선언문을 제정하고 블랙컨슈머 대응 매뉴얼을 재정비했다. “고객님의 따뜻한 말 한 마디가 더욱 친절한 신세계를 만듭니다. 고객님의 아름다운 미소와 배려가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 줍니다. 마주하고 있는 직원을 존중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담긴 선언문을 백화점 내 주요 시설에 게시해 고객이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악성 고객 대응 프로세스도 강화한다. 매장에서 폭언, 폭행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해당 판매사원을 고객으로부터 즉시 벗어나게 한다. 매장 보안팀과 경찰에 신고를 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직원들이 이를 숙지하도록 리플렛으로 제작해 배포하고 긴급 상황대처 현장교육도 주기적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달부터 신세계가 악성 컴플레인 고객을 차단하기 위한 마련 '고객 선언문'. / 신세계
이달부터 신세계가 악성 컴플레인 고객을 차단하기 위한 마련한 '고객 선언문'. / 신세계

백화점 넘어 유통가로 번지는 직원 보호 캠페인

이미 롯데백화점에서는 관련 제도가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 지난 8월 롯데백화점은 대고객 매뉴얼인 ‘존중 받을 용기’를 제작해 서비스직 종사자들의 권리 강화에 나섰다. 악성 컴플레인 제기 고객을 뜻하는 ‘ECC’ 유형에 대해 분석해 고객진정, 중지요청, 경고, 응대종료 및 경찰 신고 등의 응대 테크닉을 가이드라인으로 삼았다.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를 대면하게 되는 편의점 업계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GS25 등을 운영하는 GS리테일은 현장 근무자들을 위해 ‘상호존중 캠페인’을 진행한다. 이달부터 ‘지금 마주하고 있는 직원은 고객님의 소중한 가족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홍보물을 제작해 GS25를 포함 GS수퍼마켓, 랄라블라 매장 곳곳에 비치할 예정이다.

한편 2016년 발표된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유통업 서비스 판매 종사자 건강권 실태조사’ 에 따르면 유통업체 114곳에서 근무 중인 3,470명의 대상자 중 응답자의 61%가 지난 1년 동안 고객으로부터 폭언, 폭행, 성희롱 등의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 83%는 감정적으로 힘들다고 응답했다.

친절이라는 이름 아래 고통 받고 있는 감정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면서 직원 보호에 나서는 업체들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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