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및 내부거래를 근절하겠다는 공정위의 엄포에도 국내 기업들의 내부거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감 몰아주기 및 내부거래를 근절하겠다는 공정위의 엄포에도 국내 기업들의 내부거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최민석 기자] 일감 몰아주기와 내부거래 근절을 위한 정부의 규제 강화에도 기업들의 ‘제 식구 챙기기’ 관행이 뿌리 뽑히지 않고 있다. 공정 거래 질서 확산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지난해 기업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오히려 증가했다.

내부거래 비중 1위 셀트리온, 금액은 SK

1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계열회사 간 상품·용역거래 현황을 분석 공개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자산총액 5조 이상의 60개 집단 소속 계열회사의 지난해 내부거래 금액은 총 191조4,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9%였다. 지난해와 올해 연속 분석 대상에 포함된 27개 집단의 경우 내부거래 금액이 152억5,000억에서 174억3,000만원으로 늘었다. 내부거래가 이들 기업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0.6%p 늘어난 12.8%에 달했다.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셀트리온(43.3%)이었다. 이어 중흥건설(27.4%)과 SK(26.8%) 가 뒤를 이었다. 금액으로는 SK(42조8,000억원)가 가장 컸으며, 현대자동차(31조8,000억원)와 삼성(24조원) 순이었다.

특히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집단에서 내부거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상위 10대 기업 집단의 내부거래 금액은 전년 대비 19억7,000만원 늘어난 142조원으로 증가했다. 내부거래 비중도 12.9%에서 13.7%로 뛰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총수 2세 지분율과 내부거래의 상관관계가 뚜렷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룹 후계자가 될 총수 2세의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이 정비례했다. 총수 2세의 지분율이 20% 미만인 경우에는 11.9%였지만, 지분율이 100%인 경우 내부거래 비중이 44.4%로 치솟았다. 기업들이 총수 2세의 부의 축적과 그룹 승계를 돕기 위해 일감을 몰아주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총수 2세 지분율 높을수록 내부거래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 20%)가 넘어 사익편취대상에 속하는 194개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4.1%로 전년 대비 0.8%p 감소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지난해 분석대상에서 제외됐던 자산규모 5조원~10조원 미만 집단이 포함된 영향으로 분석했다. 분석대상회사 수가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낮은 회사들이 추가된 영향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비중은 전체 계열사 평균(11.9%)보다 높은 수치다.

사익편취 규제 기준에 살짝 못 미친 ‘사각지대 회사’들도 내부거래가 빈번했다. 사각지대에 있는 320개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11.7%)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보다 1.8배 컸다. 사익편취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업들이 좀 더 과감한 내부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위는 “총수 있는 상위 10대 집단의 내부거래 금액과 비중이 크게 증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 된다”며 “사각지대에서도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중소기업 경쟁기반훼손 등의 우려가 있는 만큼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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