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의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재무부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뉴시스‧AP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의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재무부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미국 재무부가 10월 셋째주께 반기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관건은 과연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지 여부다. 중국은 그동안 줄곧 ‘환율조작 관찰대상국’ 목록에 이름을 올려왔지만, 무역 압박을 계속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발언을 되풀이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된 상태다. 미국은 1994년 이후로 중국뿐 아니라 어떤 나라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바 없다.

◇ 재무부 내부에선 “혐의 없음”… 트럼프 의중은 오리무중

미국 재무부가 환율조작국 지정을 위한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은 대 미국 무역흑자와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규모, 그리고 GDP 대비 외환시장 개입규모다. 중국은 지난 4월 환율보고서에서 첫 번째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조건에는 해당되지 않아 환율조작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블룸버그는 10일(현지시각) “중국이 ‘3대 조건’에 부합한다는 증거는 없지만, 무역상의 이익을 목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조정했다는 단서가 있다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내용의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보도했다. 환율이 무역적자를 둘러싼 미·중 관세 전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조작국 지정이라는 카드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골드만삭스의 마이클 케이힐 통화시장전략가는 10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이 논리적인 결정은 아니지만, 행정부가 이 문제에 계속해서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에 (지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블룸버그는 11일(현지시각) 관계자 두 명의 발언을 근거로 재무부가 므누신 장관에게 ‘중국에 환율조작 혐의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올렸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 역시 같은 날 므누신 장관이 중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보고를 받았다는 내부 정보를 공개했다. 다만 FX스트리트에 따르면 시장은 해당 소식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 위안화 평가절하 신호 뚜렷… ‘환율조작국 지정’ 영향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오히려 지난 몇 년 동안 위안화 가치가 지나치게 많이 떨어지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위안화가 아시아 통화 중 달러에 가장 취약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8일 기준 위안화는 여타 24개 통화에 대해 2.64% 저평가돼있었지만, 달러에 대해선 저평가 폭이 5.24%에 달했다.

2014년 초 달러당 6.1위안 수준이었던 환율은 이후 느리게 떨어지기 시작해 2017년 1월에는 7위안에 근접했다. 이후 달러 약세 현상이 나타나면서 4월 말 6.33위안까지 환율이 회복됐지만, 6월 들어 다시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10월 12일 현재는 6.90위안에서 환율이 형성돼있다. 또한 중국인민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계속하고 있고, 무역상의 불안도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위안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면 중국 기업들의 미국 조달시장 참여가 제한되고,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자금원조도 중단된다. IMF 등 국제기구를 통해 중국 정부의 환율정책에 대한 감시가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 정부는 종종 환율보고서가 발표되는 4월과 10월을 앞두고 위안화를 절상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현재 위안/달러 환율의 추이는 이와 정반대다. 상하이 종합주가지수와 선전 종합주가지수는 므누신 장관이 공개적으로 위안화의 평가절하를 문제 삼았던 10일 일제히 하락했다가 12일 들어 소폭 반등했다.

한국의 경우 주식시장이 중국 증시와 함께 타격받을 위험, 그리고 금리인상기조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은 오는 1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7‧8월 회의에서 연달아 금리를 동결한 이유 중 하나로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경제계의 불확실성을 제시한 만큼, 환율조작국 지정이라는 변수가 발생한다면 금리인상 시기는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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