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아산시 염치읍 충무로에 위치한 (주)원지의 입구 전경. / 네이버 지도
충청남도 아산시 염치읍 충무로에 위치한 (주)원지의 입구 전경. / 네이버 지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지난해 국내 대기업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한 포장지 업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포장재 기업 (주)원지가 그룹 계열사의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고 매출 1,000억대 회사로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 10년 제자리걸음 탈출한 원지… 비결은?

충청남도 아산에 연고를 둔 PE 및 PP필름 제조 기업인 ‘원지’가 대기업 인수 효과를 톡톡히 보는 모양새다. 한때 매출 300억 규모의 지역 업체에 불과했던 원지가 어느새 매출 1,000억대의 중견기업으로 한 단계 레벨업하고 있다. PE 및 PP필름은 우유나 커피믹스 등 제품 포장재 겉면에 씌우는 필름으로 산업계 전반에 사용되는 화학 소재다.

일반 대중에는 이름도 생소한 원지가 전국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룹의 역할이 컸다. 10년 간 연매출 300억대에서 제자리걸음을 걷던 원지의 성장에 탄력이 붙은 건 2012년 CJ제일제당의 인수를 기점으로 한다. 당시 CJ제일제당은 299억을 투입해 원지의 지분 100%를 사들였다. 동시에 원지의 자회사였던 한원도 19억원에 거둬들였다.

인수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M&A가 이뤄진 당해 원지는 곧바로 매출 신기록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전에는 볼 수 없던 509억원의 매출과 57억원의 영업흑자를 내며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2012년 한해 영업이익은 매각 직전까지 과거 12년 동안의 누적 실적과도 맞먹는 규모다. 원지가 턴어라운드 할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8개월 간 100억 규모의 일감을 준 대기업 계열사들의 역할이 컸다.

이듬해부터 원지의 앞길은 탄탄대로였다. 해마다 100억원에 가까운 매출 신장을 이뤄냈다. 고속성장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2016년 1,000억 매출에 도달했다. 성장이 정체돼 있던 지역 포장지 업체가 대기업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지 5년 만에 매출액이 2배가 뛴 것이다.

◇ 제일제당 인수 후 내부거래 54% ‘껑충’

하지만 원지의 성장을 긍정적으로만 바라 볼 수 없는 건, 이 회사의 자체적인 노력의 결과와는 다소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원지는 거래처를 다각화하는 데 주력하기 보다는 모기업을 포함한 관계 기업들로부터 일감을 받는 데 점점 익숙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6년간 원지의 내부거래 규모는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 결과 2012년 22%에 머물렀던 내부거래 비중은 53%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1,143억원의 매출 중 607억원이 계열사 일감에서 창출됐다. 특히 CJ제일제당을 위시한 국내 계열사들의 든든한 지원이 원지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단순히 거래 규모가 늘어다는 데 그치지 않고 대한통운, 올리브네트웍스 등 새로운 지원군들이 가세했다.

이와 관련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본래 원지의 인수 목적이 계열사의 포장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었으며, 자사 제품의 신기술이 유출 될 우려가 있어 타사에 포장 일을 맡기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 “거래 규모 또한 가정간편식 등이 급성장하면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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