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특수고용직 노동자, 산별노조 설립 신고서 제출
노조 승인 여부에 노동계·업계 촉각 곤두

한국노총 전국생활금융산업노동조합이 지난 1일 산별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 당국의 허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지난해 8월 18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보험설계사 및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노총 전국생활금융산업노동조합이 지난 1일 산별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 당국의 허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은 지난해 8월 18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보험설계사 및 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보험설계사 등 금융권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산별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 당국의 허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노총은 지난 9월 대구와 호남, 충청권의 ▲손해보험 ▲생명보험 ▲화재보험 ▲종합자산관리 등 5개 사업장에서 보험설계사 노동조합인 전국생활금융산업노동조합을 출범, 이달 1일 산별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보험설계사 노조 승인 여부에 따라 다른 업종의 특수고용직 노동조합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금융권 첫 특수고용직 노조 탄생하나... 구조조정 우려도

생활금융노조가 정부의 설립 승인을 받게 되면 금융권 첫 특수고용직 노조가 된다. 노조에 따르면 보험사 소속 설계사 외 GA(독립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 카드모집인 등 금융권에 종사하는 모든 특수고용직이 가입 대상이다.

이들은 지난 1일 산별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기형적인 틀에 묶여 노동3권을 행사하지 못한 과거의 굴레를 벗고 전국 각지의 생활금융인들에게 희망을 제시하고자 노동조합을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인격 살인에 가까운 실적 강요와 사측의 통제·지시, 반복되는 위촉과 해촉의 악습, 지점과 간부들의 성과를 위한 불완전 계약 및 지인·친인척 계약 강요 등 수많은 부당행위를 근절할 것”이라며 “산재보험 외에도 4대 사회보험 전면 적용, 노동3권 보장 등 금융산업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현행법상 근로자는 아닌 개인사업자다. 본사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지만 업무상 부대비용은 설계사들이 모두 부담한다. 이 같은 문제로 상대적으로 수당이 높은 독립보험대리점(GA)으로의 이탈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보험설계사는 매년 감소추세다. 생명·손해 보험 전속 설계사는 2013년 23만 여명에서 2016년 19만 여명, 2017년 18만여 명으로 줄었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 9월부터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 고용노동자의 고용보험 적용 방안을 확정하면서 보험사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우려되고 있다.

◇ 보험설계사, 근로자성 인정받을 수 있을까?

올해 6월과 10월 각각 학습지 교사와 방송 연기자들이 노동조합법상 노동자라는 대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두 사건 모두 1심과 2심 판결이 달라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받기까지 지위가 불안정한 상태였다.

특히 상당한 논쟁을 불러온 방송연기자와 관련해 대법원은 “방송연기자가 방송사에 전속됐다고 보기 어렵거나, 소득을 출연료에 의존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은 있다”면서도 “연기자의 연기는 감독의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지시에 의해 진행되는 점 등 노무제공 관계의 실질에 비춰보면 노조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표적인 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는 이미 당국의 허가로 교섭권을 취득한 바 있다.

다만 대리운전 기사는 산별노조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동부는 하나의 사업장에서 업무를 의뢰받는 대리기사만을 산재보험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대다수 대리기사들은 2개 이상 업체에서 일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보험설계사들 또한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전속 보험사 소속이 아닌 여러 보험회사를 대리해 상품을 판매하는 독립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리점 역시 그 자체로 영업점이므로, 설계사들이 대리점의 지휘·감독을 받는다는 점을 증명한다면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보험설계사 노조의 설립 허가 여부가 올해를 넘기지 않고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