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충북도의 예산정책협의회에 앞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KTX세종역 포기를 주장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과 충북도의 예산정책협의회에 앞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KTX세종역 포기를 주장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KTX 세종역 신설 문제가 충청권을 넘어 호남 지역의 화두로도 떠올랐다. 세종역 노선이 신설될 경우 서울-호남 간 교통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분석 아래 호남 지역 국회의원들도 세종역 신설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충청권 내 뜨거운 감자인 세종역 문제에 다른 지역 정치권도 가세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여론전이 시작된 모습이다. 

현재 서울·부산·광주 등을 오가는 KTX 노선은 분기점인 오송역을 거쳐야 한다. 주요 정부부처가 밀집된 세종청사를 오가야 하는 공무원들은 오송역에서 20분 정도를 더 이동해야 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돼왔다.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출장에 소요되는 교통비용도 만만치 않아 행정비용 낭비는 물론, 공무원들의 불편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 행정위원회는 22일 세종시청사에서 열린 세종시 국정감사에서 KTX 세종역 신설 문제를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특히 세종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충북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세종역 신설은 충북만 반대하지 다른 지역은 다 찬성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세종시 국감에서 “세종시가 KTX 세종역 신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근 지역이 끌려다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추진 과정에서 지역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세종시가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인근 지역이 KTX 세종역 신설을 어떤 눈으로 봐라보고 있는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눈여겨 볼 점은 호남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의원들이 세종역 신설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현재 호남으로 향하는 KTX 노선은 오송역을 거치면서 19km 정도를 돌게 된다. 세종역 노선을 신설하면 호남지역민들에게 불필요한 이동시간·거리를 단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북 남원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국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호남은 그동안 KTX 노선이 오송으로 19km를 도는 바람에 서울을 오갈 때마다 3천원 정도의 추가요금을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 노선이 바뀌지 않는 다면 앞으로도 대대손손 더 내야 할 판”이라며 “천안~세종~공주~익산으로 이어지는 호남 KTX 단거리 노선을 신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전남 여수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주승용 의원은 이날 세종시 국감에서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에서 세종청사와 오송역 간 접근성에 불만이 제기되는데, 해결방안이 있어야 한다”며 “KTX-호남선은 직선이 아니라 오송역으로 우회하는 노선으로써 운행거리 및 이동시간 증가로 시간적, 금전적 손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TX 세종역은 세종시민뿐 아니라, 호남 지역민들과 KTX 이용객들 역시 세종역 신설을 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감에 출석한 이춘희 세종시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세종시를 찾는 많은 분들이 오송역 이용에 불편을 호소 하셔서 충북도지사와 매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면서도 “그러나 세종역 문제는 아직 확실한 해답을 풀어내지 못했다. 여러 대안이 나오고 있으니 조금 더 노력하겠다”고 원론적인 답만 내놓았다.

KTX 세종역 신설 문제는 각 지역별 셈법이 더해져 국감 이후 본격적인 여론전과 주도권 쟁탈전이 시작될 전망이다. 오송역이 속해있는 충북도는 충청권 광역 철도 노선 변경을 통해 오송역-세종시 간 접근성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세종역 논란을 우회하는 해결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규모가 큰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세종시 입주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세종역 신설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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