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자사 통신장비의 보안 논란을 정면돌파 하기 위해 ‘소스코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경쟁사에 공개되지 않는 조건이다.
화웨이가 자사 통신장비의 보안 논란을 정면돌파 하기 위해 ‘소스코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경쟁사에 공개되지 않는 조건이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화웨이가 모든 것을 다 보여주려고 작정한 모양새다. 자사 ‘소스코드’까지 공개하겠다고 밝혀서다. 소스코드는 기업의 일급비밀에 해당한다. 결국 이 같은 결정은 보안 논란을 확실히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소스코드’ 주겠다는 화웨이

지난 29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의 종합국감이 진행됐다. 국감에는 숀 멍 화웨이코리아 최고경영자(CEO)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5G 상용화를 앞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산 장비 보안 적합성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위해서다.

특히, 이날 주목을 받은 것은 화웨이의 발언이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화웨이는 보안검증과 관련해 LG유플러스 측에 장비를 납품할텐데 어떠한 검증 요구도 수용할 수 있느냐”며 “장비 설계도, 소스코드 등의 제출을 요구하면 응할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멍 CEO는 “소스코드는 회사의 핵심 자산”이라면서도 “LG유플러스에서 요청을 하면 제3자나 경쟁사에 공개되지 않는 조건으로 적극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 개입설에 대해 멍 CEO는 “중국 정부 지원은 받지 않는다”며 “백도어 설치는 없다. 자살 행위와 같다”고 답했다.

처음으로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낸 화웨이는 ‘모른다’ 혹은 ‘답변을 할 위치가 아니다’ 등의 무성의한 발언을 일삼았던 구글 및 페이스북과는 다른 선택을 했다. 보안 논란에 대해 ‘정면 돌파’를 선택한 셈이다. 

◇ 핵심 자산 공개?… 5G 시장 ‘선점’ 놓치지 않기 위한 전략

특히, 화웨이가 우리 정부에 협조하기 위해 자사의 소스코드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대답이다. ‘소스코드’는 소프트웨어의 내용을 프로그래밍 언어로 나타낸 것으로, 기업의 모든 정보가 담겨있다. 가장 중요한 영업 기밀이며 핵심 자산에 해당한다.

소스코드를 공개하라는 요구는 기업의 기밀을 내놓으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해당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이 기업들의 통상적인 반응이다. 실제 애플은 중국 정부의 소스코드 요구를 거절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애플의 법률고문인 브루스 시웰은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최근 2년 내에 중국 당국이 아이폰 소스코드 제출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이를 기절했다”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 퀄컴이 애플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 역시 ‘소스코드’였다. 지난 9월 퀄컴은 애플이 경쟁사인 인텔에 자사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를 전달하는 등 제조 기밀을 빼돌려 인텔 칩을 향상시켰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소스코드는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라는 의미다. 화웨이의 결정이 이례적인 까닭이기도 하다. 자사 통신 장비에 대한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화웨이는 현재 미국, 호주 등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5G 장비 채택이 무산되며 기존 점유율 유지가 어려워졌다.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만약 LG유플러스가 화웨이의 소스코드를 받게 된다면 화웨이 통신장비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를 검사하게 된다. 이를 통해 화웨이가 공개한 기능 이외의 숨겨진 기능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백도어’도 확인 가능하다. LG유플러스는 외부 전문가 및 스페인의 국제검증기관 등에서 화웨이 장비를 검증할 계획이다.

다만, 화웨이는 이미 스페인의 인증기관 ENAC로부터 CC(Common Criteria) 인증을 취득했다는 입장이다. ENAC의 분석을 통해 백도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인 확답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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