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미국 땅에서 태어난 불법이민자 아이에게 미국시민권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에 반대하는 집회에 나온 이민자가족. /뉴시스·AP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미국 땅에서 태어난 불법이민자 아이에게 미국시민권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에 반대하는 집회에 나온 이민자가족.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미국 땅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미국 시민권을 주는 ‘출생시민권’이 트럼프 대통령의 칼날을 피해갈 수 있을까.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3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사 인터뷰에서 대통령 직권으로 출생시민권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국 시민권이 없는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은 ‘앵커 베이비’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워싱턴 이민연구센터 자료에 따르면 그 숫자는 한 해 29만명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미국은 자국 영토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시민권을 주는 유일한 국가”라며 이를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표현했다. 국경폐쇄와 불법이민자 자녀 추방 등 반이민정책의 일환으로 출생시민권 폐지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생시민권 폐지를 위한 구체적인 타임라인은 밝히지 않았으며 “(폐지계획이) 진행 중이고, 곧 실현될 것”이라고만 언급했다.

문제는 출생시민권 문제가 헌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 미국 수정헌법 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자 및 그 사법권에 속하게 된 사람 모두가 미국 시민이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람들은 (출생시민권 폐지에)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행정명령이면 충분하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가 미국 법조계의 격렬한 반응을 불러온 이유다.

진보 진영의 의원들과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마크 워너 민주당 상원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행정명령으로 출생시민권을 폐지한다는 것은 어떤 법학자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일”이라며 “이민자에 대한 반감을 불러오려는 시도일 뿐”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민자 문제에 대한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속이 빤히 보이는 수작”이라며 보다 강도 높게 대통령을 비난했다.

악시오스는 30일(현지시각) 기사에서 “행정명령으로 출생시민권을 폐지할 수 있다고 응답한 이민전문가들과 법학자들은 매우 적었다”는 자체조사 결과를 밝혔다. 다만 예외적으로 마이클 안톤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과 채프먼대학의 존 이스트맨 법학교수는 “수정헌법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며 헌법이 출생시민권을 보호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백악관은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어떠한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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