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중앙은행들이 지난 3분기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규모의 금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AP
세계 중앙은행들이 지난 3분기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규모의 금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되자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 보유량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 금 협회가 1일(현지시각) 발표한 3분기 금 수요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금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6.2% 늘어났다. 금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파생상품의 거래는 줄어든 반면, 각국 중앙은행에 의한 금 매입량은 148.4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분기별로 80~120톤 사이에 머물렀던 최근 중앙은행의 금 매입 동향을 훌쩍 뛰어넘는다.

세계 금 협회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늘어난 원인으로 통화(달러) 약세와 주식시장의 혼란을 들었다. 금융경제계의 혼란이 커진 반동으로 안전자산인 금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0월 9일(현지시각) 2만6,430.57에서 이틀 만에 2만5,052.83으로 떨어졌으며,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 달러인덱스 역시 동기간 95.67에서 95.02로 하락했다. 미국 증시와 달러가 동반 하락했던 10월 10일 당시 금 1온스의 가격은 하루 만에 1,190달러에서 1,223달러로 2.7% 상승했다.

황금 시장의 큰손인 러시아 중앙은행이 3분기에만 금 92.2톤을 순매수하며 금 매입 열풍을 주도했다. 세계 제 3의 금 생산국인 러시아는 자국에서 생산한 금의 상당수를 매입하는 중이다. 크림 반도 합병과 미국 대선개입 의혹 등으로 각종 경제제재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보다 중립적인 자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CNN의 7월 30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보유 중이던 미국 채권의 84%를 매각(810억달러 규모)했으며 대신 금 보유량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은행의 제1부총재 드미트리 툴린은 지난 5월 “금은 법적‧정치적 리스크에서 100% 안전하다”며 금 매입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정치적으로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선적 행보로, 경제적으로는 리라화 가치 급락사태로 고민이 깊은 터키는 금 18.5톤을 순매수했다. 터키중앙은행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지급준비율을 낮추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다소 역설적인 행보다. 유동성 공급을 위해 시중은행이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금의 기준량을 줄이는 한편, 자산 안전성 확보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금 매입은 늘리는 양면책을 활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와 터키 다음으로는 카자흐스탄‧인도‧폴란드 등이 금을 적극적으로 매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금 협회는 이라크‧몽골 중앙은행이 3분기 중 구매한 금 가운데 통계에 잡히지 않은 물량이 더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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