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은 벼를 수확하는 농부의 모습. 농업계와 정부, 국회는 앞으로 쌀 목표가격을 정하기 위해 긴 논의를 벌일 것이로 보인다. /뉴시스
익은 벼를 수확하는 농부의 모습. 농업계와 정부, 국회는 앞으로 쌀 목표가격을 정하기 위해 긴 논의를 벌일 것이로 보인다. /뉴시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정부가 ‘쌀 목표가격’을 설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쌀 목표가격’은 쌀 80킬로그램을 기준으로 수확기의 평균가격 변동을 반영해 결정되며, 쌀값이 떨어질 경우 농가에 지급하는 보조금의 기준가격으로 활용된다. 농가 소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수많은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과도 연관된 문제여서 적절한 가격대를 정하기가 쉽지 않다.

◇ 쌀 80킬로그램의 목표가격은 얼마

농림축산식품부는 1일 18만8,192원을 차기(2018~2022년) 쌀 목표가격으로 설정해 국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액수 자체는 현재 목표가격(18만8,000원)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가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것을 전제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이보다 높아질 예정이다. 정부 측에서 예상하고 있는 실질 쌀 목표가격은 19만4,000원이다. 쌀 목표가격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17 대선에서 내걸었던 공약이기도 하다.

최근 기록된 쌀 가격의 폭등이 착시현상에 가깝다는 데는 정부와 농업계의 의견이 일치한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쌀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4.3% 높지만, 2013~14년의 가격대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례로 작년 6월 30일의 쌀 도매가격(상품 기준)은 평년 대비 23.1% 낮았다. 이는 최근 쌀을 비롯한 농산물물가가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목표가격 기준을 높여 설정한 이유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쌀 가격이 ‘적정한 수준’인지를 두고 각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농업계는 쌀 목표가격 24만원을 주장하고 있으며, 정부가 현재 준비 중인 구곡 5만톤 방출계획도 목표가격 결정을 앞두고 가격대를 내리려는 시도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는 2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정부가 목표가격 19만4,000원을 주장한다면 한농연을 비롯한 250만 농업인들은 향후 있을 쌀 목표가격 재협상에서 정부의 어떠한 입장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적극적 이해관계자(농업 종사자)들의 의견이 더 잘 반영되는 국회에서는 정부 제시안보다 높은 가격에서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는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쌀 목표가격을 높이려는 의안들이 발의된 상태다.

민주평화당 김종회 의원 등 17인은 쌀 목표가격으로 24만5,000원을 제시했는데, 지난 20년간의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74%)에 비해 쌀 가격의 상승률(26%)은 낮았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다만 해당 자료에서 물가상승률을 조사하기 위해 설정한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 그리고 캘리포니아 중립종·태국 장립종 등 국제 쌀 품종의 가격이 지난 수년간 오히려 떨어졌다는 것을 고려하면 다소 높게 설정된 목표치로 느껴진다. 한편 정의당 윤소하 의원 등 10인은 “쌀 경영비와 그 상승률, 쌀 생산을 통한 생태환경 보전 등 공익적 가치”를 위해 22만3,000원을 주장하고 있다.

◇ 농업시장 교란하는 직불제도 손본다

직접지불제도는 쌀 목표가격 논란의 핵심이다. 쌀 가격이 목표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정부가 쌀 농가에게 차액(목표가격-시장가격)의 85%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쌀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직불제도는 오히려 시장을 교란하고 농가의 소득격차를 확대시켰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쌀 생산을 조건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쌀이 과잉 생산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 ▲이로 인해 다른 작물을 생산하는 농업인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겨났다는 점, 그리고 ▲재배면적에 비례해 지급되기 때문에 중·소규모 농업인들에 대한 소득보전 기능이 미흡하다는 점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전체 농가 중 74%를 차지했던 쌀 농가의 비중은 현재 56%로 떨어졌지만, 전체 농업직불금 중 쌀 생산 분야에 지급되는 금액은 여전히 81%에 달한다. 또한 재배면적 상위 6.7%의 농업인이 쌀 직불금의 38.3%를 수령하는데 반해 전체 농가의 72.3%를 차지하는 소규모 농업인은 28.8%를 받는데 그쳤다.

국가 농업정책연구소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작년 12월 발표한 ‘직접지불제 효과 분석과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농업직불금제도의 개선방안들을 제시했는데, 이 내용들은 농림축산식품부가 1일 발표한 직불제 개선안에 대부분 포함됐다. ▲소규모 농가에는 경영규모에 관계없이 일정한 액수를 지급하고 ▲논 농업과 밭 농업에 대한 직불제를 통일, 그리고 ▲농약·비료 사용기준 및 농지·환경 관련 의무 준수를 직불제와 연계하는 것 등이다. 해당 개선안은 의견 수렴과 입법 절차를 거쳐 2020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새 농업직불금제도는 정부의 농업예산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이 이미 세계무역기구가 규정한 농업보조금총액 한도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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