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점수를 조작해 특정 응시자들을 의도적으로 탈락시킨 박기동 전 가스안전공사 사장(61)이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뉴시스
면접 점수를 조작해 특정 응시자들을 의도적으로 탈락시킨 박기동 전 가스안전공사 사장(61)이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재 기자] 채용 과정에서 면접 점수를 조작하고 유관 업체에게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기동(61) 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업무방해 및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3억원, 추징금 1억3,111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박씨는 2015~2016년 가스안전공사 상반기 채용 과정에서 특정인을 합격시키거나, 임의로 정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면접 점수 조작을 지시하는 등 채용 절차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또 2012년 10월부터 2017년 1월까지 특정 업체와의 계약 체결 또는 승진 청탁 명목으로 9명에 총 1억3,111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 박씨는 면접 평가가 이뤄진 지원자들 명단에 O·X 표시를 하는 방식으로 점수와 순위를 조작하도록 지시했다. 회사는 조작된 평가표를 토대로 고득점자를 채용했다. 박씨는 또 여성과 군미필 남성, 원거리 통근 지원자를 탈락시키기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재판 내내 고유의 재량과 권한을 행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미 면접이 진행된 사안에 점수가 바뀌고 채용 대상이 변경된 사실을 토대로 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면접 점수를 조작하는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채용이 이뤄지게 했으며, 뇌물까지 수수했다”면서 “진지한 반성도 없어 건강상태 등을 모두 고려해도 실형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4년에 벌금 3억원, 추징금 1억3,111만원을 선고했다.

2심 역시 “채용을 최종 결정하는 것이 사장의 재량일지라도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박씨는 특정 합격자를 선정하면 자신이 책임을 져야한다고 예상해 이를 회피하기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 1심의 형을 유지했다.

대법원 역시 박씨가 특정인이 면접 점수를 높게 받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봤다. 또 성별과 거주지 등 비합리적인 이유로 채용에 차별을 뒀다고 지적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당시 가스안전공사 인사부장과 채용담당자는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유관 업무를 담당한 가스안전공사 임직원과 박씨에게 뇌물을 건넨 협력업체 직원 등 11명도 벌금형이 확정됐다.

한편 박기동 전 사장은 당초 임기가 지난해 12월까지였지만 5개월을 앞둔 지난해 7월 전격 사임했다. 검찰은 가스안전공사 채용 과정에서 최종 면접자 순위가 바뀐 사실을 파악하고 박 전 사장이 사표를 제출하기 나흘 전 충청북도 음성군 가스안전공사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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