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자유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천재’로 평가하며 보수 지지층의 마음을 흔들었다. / 뉴시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자유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길 것이란 정치권의 전망이 우세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천재’로 평가하며 보수 지지층의 마음을 흔들었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뒷통수를 제대로 맞았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의 잇단 보수 성향 발언에 더불어민주당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전재수 의원은 “1~2년 사이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변하니 국민이 과연 어떻게 볼지 의문”이라고 꼬집었고, 박용진 의원은 “(예수를) 3번이나 부인한 베드로와 같은 느낌”이라며 괘씸해했다. 당 안팎에선 잘못된 공천이었음을 시인했다. 이언주 의원은 2012년 2월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를 맡고 있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직접 영입한 인재였다.

◇ 부산 영도 출마설 솔솔… “지역구도 바꾼다”

때문에 여권에선 이언주 의원을 빗대 한명숙 전 총리의 ‘잘된 공천에 재를 뿌린 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천 당시 당이 시끄러웠지만 결과적으로 한명숙 전 총리가 공천한 인물들이 제 몫을 다하고 있다는 평가에서다. 재선에 성공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외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진성준 서울시 정무부시장, 은수미 성남시장, 김광진·장하나·최민희 전 의원 등이 바로 한명숙 전 총리의 공천을 받고 정계에 입문했다.

지난해 7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을 때다. 당시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맡고 있던 홍익표 의원은 과거 이언주 의원을 공천하고 당선시킨데 대해 사과까지 했다. 그땐 이미 이언주 의원이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긴 뒤였으나,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언주 의원은 SBS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그냥 동네 아줌마,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화가 돼야 하는 거냐. 미친 X들이야”라고 말한 사실이 보도되자 “저도 아줌마고, 엄마다. 폄하한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때부터였을까. 국민의당에서도 이언주 의원을 돌발 변수로 생각했다. 바른정당과 통합 이후 바른미래당으로 당적이 바뀌면서 보수 색채는 짙어졌다.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에도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선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탈당하고 자유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기려는 게 아니냐는 것. 여기엔 현실적 고민도 있을 터다. 현 지역구에서 다음 총선 승리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구인 경기 광명시(을)에는 진보 성향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언주 의원은 보수 진영에서 확산되고 있는 이른바 ‘목구멍 챌린지’에 참여하며 또 한 번 이슈를 불러왔다. / 유튜브 방송 ‘이언주TV’ 화면 캡처
이언주 의원은 보수 진영에서 확산되고 있는 이른바 ‘목구멍 챌린지’에 참여하며 또 한 번 이슈를 불러왔다. / 유튜브 방송 ‘이언주TV’ 화면 캡처

현재 정치권에선 이언주 의원의 부산 영도 출마를 점치고 있다. 차기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역구다. 공교롭게도 “이언주 의원이 요즘 부쩍 영도 지역 인사들을 만나고 다닌다는 제보가 많아졌다”는 게 같은 당 장진영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언주 의원은 부산 영도여고 출신이다. 때문에 당 내부에선 이언주 의원의 탈당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 정치적 행보에 막을 길은 없었다. 다만 아쉬움이 남았다. 오신환 사무총장은 “(탈당하기 전) 소속 구성원들의 동의가 일정 정도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했다.

◇ ‘박정희 천재 발언’ 3년 전에는 ‘악몽’ 비유

이미 변신은 시작됐다. 이언주 의원은 최근 ‘보수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천재’라고 극찬한 게 결정타가 됐다. 3년 전 박정희 정권을 ‘악몽’으로 비유했던 그는 “이런 대통령이 우리 역사에서 나타났다는 게 우리 국민 입장에서 굉장히 행운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는 ‘노코멘트’로 답했다. 이 같은 발언이 화제가 되자 이언주 의원은 “당연한 얘기를 했을 뿐”이라며 도리어 지리멸렬한 보수를 걱정했다.

이언주 의원은 보수진영으로 한 발 더 다가갔다. 그는 9일 정현호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으로부터 청년 관련 행사에 초청을 받고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발제자로 나선 뒤 참석자들과 토론을 가질 예정인 것. 여기서 이언주 의원은 “한국당이 어떻게 변화해야 내가 갔을 때 윈윈할 수” 있는지 말할 생각이다. 그는 “국민은 젊고 결기 있는 우파, 경제에 밝은 우파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