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에게 힘이 실리고 있다. 주례 회동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국정 운영을 함께 논의해온 그는 경제적·외교적 권한까지 더해졌다. / 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힘이 실리고 있다. 주례 회동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국정 운영을 함께 논의해온 그는 경제적·외교적 권한까지 더해졌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문재인 정부의 2기 경제팀은 출범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내년 예산안 심사과정 중이라는 점에서 전격적인 교체였고, 경제부총리 책임 하에 원톱 체제로 개편해 사실상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힘이 실리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지명을 받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이낙연 총리의 측근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지금까지 1년6개월여 동안 호흡을 맞춰왔다.

◇ 홍남기·노형욱 추천으로 확인된 ‘실세 총리’

홍남기 후보자는 이낙연 총리를 보좌하는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총리가 매주 월요일 함께하는 주례회동에 배석하고 현안자료를 준비해온 실무자가 바로 그다. 때문에 본인 스스로도 국정과제 이해도가 높다는데 부인하지 않는다. 이는 이낙연 총리가 홍남기 후보자를 추천한 이유기도 하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홍남기 후보자의 지명 배경에 “이낙연 총리가 강력하게 추천했다”며 총리의 임명제청권 행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례적이라 할만하다. 역대 정권에서 총리의 제청권은 유명무실해왔던 터다. 이와 달리 이낙연 총리는 홍남기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공석이 된 국무조정실장(노형욱 국무조정실 2차장)도 직접 추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만큼 청와대가 이낙연 총리를 존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주례회동이 벌써 70차례를 넘겼다는 점, 정권 성패를 가를 경제 분야에 역할과 책임이 강화됐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짐작하게 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총리추천제를 했다면 이낙연 총리 같은 ‘좋은 분’을 모실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이낙연 총리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총리 해외 순방에 대통령 전용기가 처음으로 지원됐다. / 뉴시스
이낙연 총리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총리 해외 순방에 대통령 전용기가 처음으로 지원됐다. / 뉴시스

실제 여권 내 이낙연 총리에 대한 평가는 좋았다. ‘군기반장’과 ‘사이다총리’ 등 그의 별명이 이를 대변한다. 이낙연 총리는 국무회의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주요 현안이 발생한 부처 장·차관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할 경우 강하게 질타했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촌철살인의 답변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와 안정감을 줬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인기도 올랐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차기 대선후보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낙연 총리를 둘러싸고 대망론이 불거진 배경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향후 외교 분야에도 이낙연 총리에게 일정 부분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신임장 수여를 마친 뒤 신임 대사들에게 “다자회담의 경우 총리가 가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면서 “총리가 정상회담의 한 축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외교부가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도 총리의 해외 순방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전용기(공군 1호기)를 내줬다. 총리 해외 순방에 대통령 전용기가 지원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정치권과도 부쩍 가까워진 모습이다. 지난 7월부터 일요일 마다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 정무수석, 국무조정실장이 만찬 회동을 해온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른바 ‘6인 회동’이다. 회동을 처음 제안한 사람이 바로 이낙연 총리다. 야권 인사들과도 접촉이 활발하다. 이달 초 민주평화당 지도부와 만찬을 가졌던 그는 정대철 상임고문의 초대로 박지원 의원과 서청원 무소속 의원을 함께 만날 예정이다. 이낙연 총리의 식사정치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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