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세계물산은 사외이사의 불성실한 이사회 참석이 전통처럼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SG세계물산은 사외이사의 불성실한 이사회 참석이 전통처럼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사외이사 제도는 1998년 금융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국내에 도입된 제도다. 사외이사는 최대주주와 경영진을 견제·감시하고,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사외이사 제도의 핵심 목표다.

하지만 이의범 SG그룹 회장이 이끄는 SG세계물산의 시계는 1998년 이전에 머물고 있는 모습이다. 있으나마나한 사외이사 실태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SG세계물산의 유일한 사외이사인 김용권 사외이사는 올해 열린 7차례 이사회 및 주주총회에 단 한 번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SG세계물산 측은 “일신상의 사유로 참석하지 못했으며, 마침 중요한 의결사항이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용권 사외이사의 불성실한 활동은 비단 올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22번 열린 이사회 중 그가 참석한 것은 단 한 번이었다.

참석한 이사회 안건이 중요하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그가 참석한 지난해 2월 13일 이사회에서는 안성물류센터 신축 공사도급계약의 공사기간을 변경하는 안건이 다뤄졌다. 12월에도 같은 내용(공사기간만 다름)의 안건이 다뤄졌지만, 김용권 사외이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또한 이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합병 관련 내용을 다룬 이사회에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사외이사 활동 첫해인 2016년도 마찬가지다. 김용권 사외이사는 취임 후 열린 12번의 이사회 중 딱 2번만 참석했다. 2016년 3월 취임 이후부터 현재까지 따져보면, 총 41회 이사회 중 3번만 참석했다. 출석률이 7%에 불과하고, 사실상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처럼 이례적으로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을 보인 김용권 사외이사는 보수도 받지 않았다. SG세계물산 측은 이에 대해 “처음 선임 때부터 무보수로 활동하기로 했으며, 사외이사의 무게감이 보수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물론 사외이사 활동을 무보수로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무보수라는 이유로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이 용인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김용권 사외이사를 추천한 것은 이의범 SG그룹 회장이 의장으로 있는 이사회였다. 하지만 이사회는 저조한 출석률을 보이고 있는 김용권 사외이사에 대해 별다른 조취를 취하지 않았다. 일신상의 이유로 이사회 출석 등 정상 활동이 어렵다면 사퇴 후 새로운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하지만, 그러한 조치는 없었다.

문제는 이 같은 실태가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용권 사외이사에 앞서 활동한 사외이사들도 이사회 출석률이 극도로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활동한 이건행 전 사외이사의 경우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기도 했다.

다른 대다수 기업들은 형식적으로라도 사외이사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고, 일부 기업의 경우 사외이사가 비토를 놓는 경우도 있다. 반면, SG세계물산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대부분 사외이사 없이 이뤄졌다.

김용권 사외이사 등 사외이사를 주주총회에 추천한 것은 SG세계물산 이사회다. 줄곧 불성실한 사외이사만 추천해온 SG세계물산 이사회는 별다른 사후조치 없이 상황을 방치하기도 했다. 실질적인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이의범 SG그룹 회장은 SG세계물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가장 오래 이사회에 몸담아왔다. 이 같은 사외이사 실태를 만든 장본인이자, 가장 큰 책임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다.

한편, SG세계물산 측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내부적으로 통감하고 있으며 내년 3월 사외이사 선임 시에는 성실한 출석률을 기록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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