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했던 것과 달리 실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판사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 뉴시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했던 것과 달리 실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판사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책임론이 다시 불거졌다.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취임 당시만 해도 사법부 개혁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양승태 사법농단 의혹에서 보여주는 법원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하드디스크 디가우징 논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원의 증거인멸 논란, 비공개 문건에서 드러난 법원의 전방위 로비 논란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여기에 거짓말 논란까지 더해졌다. 판사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 블랙리스트 없다고 했는데… 김명수의 침묵

블랙리스트의 실체는 2015년 1월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라는 제목의 문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문건에는 성희롱과 음주운전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판사들 외에 양승태 사법부를 비판한 판사들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1명에 이르는 전·현직 판사들이 인사에서 피해를 입었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수사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판사들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으로선 불편한 상황이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어떤 법관도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당시 대법원 특별조사단에서 “비판적 법관들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부과한 자료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발표한데 따른 신뢰의 표시였다. 실제 법원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지자 세 차례에 걸쳐 자체 진상조사를 벌였다. 1차 조사를 제외한 2, 3차 모두 김명수 대법원장의 취임 이후 진행됐다. 결과는 같았다.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문건을 공개하기 전까지 줄곧 “블랙리스트는 없다”고 주장해왔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검찰 압수수색을 통해 확인된 블랙리스트 존재에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검찰은 법원이 해당 사실을 알고도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 뉴시스
김명수 대법원장은 검찰 압수수색을 통해 확인된 블랙리스트 존재에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검찰은 법원이 해당 사실을 알고도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 뉴시스

사법부 수장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른바 양승태 문건이 위법한 것으로 결론이 나올 경우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화살이 쏠릴 수밖에 없다. 진상을 벌이고도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부실조사와 함께 능력 부족으로 지적될 만하고, 실체를 확인하고도 이를 감췄다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일단 부실조사는 분명해 보인다. 법원의 3차 진상조사단은 자료 제출 거부를 이유로 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결국 의지의 문제였다. 문건이 작성될 당시 해당 부서에서 근무한 심의관(판사)들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의혹 상당 부분을 실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에 이름을 올린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이 가해졌다는 것.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판사 탄핵을 촉구하는 결의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110여명의 법관 대표들은 사법농단에 연루된 동료 판사들의 탄핵 검토를 요구했다.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법원 내 갈등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다음날 대법원 출근길에서 취재진으로부터 탄핵소추 검토 결론이 나온데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을 받았으나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 검찰 수사 결과 자신의 주장과 달리 일부 판사들이 인사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밝혀진데 대해서도 침묵을 지켰다. 법원 안팎의 해석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이 타격을 받았다는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블랙리스트 충격이 컸다는 얘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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