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화제작은 케이블채널 tvN ‘미스터 션샤인’이다. /tvN 제공
올해 최고의 화제작은 케이블채널 tvN ‘미스터 션샤인’이다. /tvN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올해 최고의 화제작은 케이블채널 tvN ‘미스터 션샤인’이다. 스타작가 김은숙과 톱배우 이병헌의 만남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던 ‘미스터 션샤인’은 tvN 역대 3위에 해당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한국 드라마 시장 확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알렸다.

‘미스터 션샤인’은 총 제작비 400억 원에 이르는 대작이다. 100% 사전 제작 드라마가 아님에도 방송 10개월 전인 지난해 9월부터 촬영을 시작해 1년 이상 공을 들여 완성도를 높였다. 여기에 김은숙 작가의 탄탄한 필력과 뛰어난 영상미, 스타급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완벽한 시너지를 발산했다.

본 방송이 방영되기 전 ‘미스터 션샤인’은 글로벌 플랫폼 넷플릭스(Netflix)에 판권을 판매하며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배급됐다. 판매가는 3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찌감치 대부분의 제작비를 회수한 셈이다. 특히 중국 등 특정 시장에 의존했던 한류 드라마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최근 국내 드라마 시장에는 수백억 대 제작비로 완성된 ‘대작’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그 판이 점점 커지고 있다. ‘돈’을 들인 만큼 영화 못지않은 퀄리티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드라마들이 탄생하면서 질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모든 방송사에서 수백억에 이르는 제작비를 모두 충당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해내기 어려운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에 일부 방송사들은 외부에 드라마 제작 스튜디오를 별도로 설립해 운영하며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냈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드라마의 제작 및 편성, 드라마 판권 및 VOD(주문형비디오)의 국내외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 스튜디오 드래곤 제공
스튜디오 드래곤은 드라마의 제작 및 편성, 드라마 판권 및 VOD(주문형비디오)의 국내외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 스튜디오 드래곤 제공

대표적인 모델은 스튜디오 드래곤이다. ‘미스터 션샤인’·‘백일의 낭군님’ 등을 제작한 스튜디오 드래곤은 tvN·OCN 등을 보유한 CJ ENM이 2016년 5월 드라마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드라마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면서 설립한 회사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드라마의 제작 및 편성, 드라마 판권 및 VOD(주문형비디오)의 국내외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스튜디오 드래곤은 제작비의 일부만 지원하는 지상파와 달리 100%를 지급하고, 드라마 제작 전반에 걸친 작업을 도맡아 하기 때문에 제작사들이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다. 방송사와 제작사 사이에 의견을 조율하면서, 제작사의 기획 의도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제작사의 기획 의도에 맞게 로맨스나 출생의 비밀 등 억지 요소를 넣지 않는다”라며 “작가들이 원하는 콘셉트를 최대한 구현하기 때문에 좋은 대본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상파가 부진을 끊으려면 기존 시스템과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케이블 채널은 제작사의 기획 의도를 최대한 구현하고, 억지 요소를 넣지 않는다”는 한 관계자의 말은 뒤집어 생각하면 다른 방송사들은 제작사들의 자율성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선점하려면, 잘못된 관행을 과감하게 끊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상파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SBS가 드라마 본부를 분리해 독립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중이라는 소식이다. SBS 관계자는 “확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논의 중인 것은 맞다”라며 “드라마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밝혔다. 올해 지상파3사 드라마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SBS는 드라마본부 분사로 경쟁력을 더욱 높이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지상파 방송사 중간광고 도입도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상파 방송사의 숨통을 다소 트여줄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지난 9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광고 제도 개선 방안’ 발표를 통해 지상파 방송 중간광고를 허용했다. 광고 수익을 늘려 콘텐츠 제작 투자를 늘리도록 하자는 설명이다.

쉽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하다. 수백억이 투입되는 대작부터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 등 급변하는 드라마 시장에서 지상파가 위기를 극복하고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