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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자의 육아일기
[‘초보아빠’ 권기자의 육아일기㉑] 출산장려금 250만원, 최선입니까?
2018. 12. 04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250만원을 쥐어 준다고 저출산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그래픽=이선민 기자
250만원을 쥐어준다고 저출산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그래픽=이선민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출산장려금 250만원. 최근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는 사안입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내년 10월부터 아이를 낳은 모든 산모에게 1인당 25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내용에 합의한 건데요.

물론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닙니다. 예산결산위원회와 본회의를 모두 통과해야 최종 확정됩니다. 다만, 여당과 야당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통과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상당히 파격적인 정책이죠. 하지만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얼마나 효과가 있겠냐는 지적부터 전형적인 생색내기용 정책이란 비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출산장려금 250만원은 정말 출산을 장려할 수 있을까요? 이 부분부터 생각해보겠습니다.

출산이 일시적인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는 것은 분명 사실입니다. 분만실과 입원실 비용은 기본이고, 요즘은 대부분 산후조리원까지 이용합니다. 각종 육아용품을 준비하는 비용도 적지 않고요.

하지만 이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아이 낳는 것을 기피한다고 보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일회성 비용이고, 규모도 일반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리 조금씩 모아두면 충분히 충당할 수 있고, 주변의 일가친척 및 지인들이 십시일반 도움을 주는 문화도 아직 남아있습니다.

그보단 아이와 함께 살만한 아늑한 집을 확보하고, 꾸준히 발생하게 될 육아·교육비용을 감당할 수 있도록 경제력을 갖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해결이 쉽지 않은 어려움입니다. 더 나아가 청년들이 겪는 취업문제와 결혼문제, 그리고 여성이 겪는 경력단절, 독박육아 등이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이죠. 실제 관련 설문조사들을 살펴봐도 출산을 꺼리는 이유로 주로 꼽히는 것은 보육문제와 주거문제, 경력단절 문제입니다.

물론 사회에 경각심을 안겨주고, 국가 차원의 저출산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준다는 측면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출산 가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요.

다만,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 물음표가 가시지 않습니다. 보다 시급한 문제들이 산적해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답답하기까지 합니다. 내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치로 편성된 예산만 1,031억2,500만원입니다. 출생아수를 고려하면 이후 연간 7,000억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요. 결코 적지 않은 예산인 만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나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에 투입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더 나아가 저출산 문제를 시혜성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건 아닌지 우려도 듭니다. 만약 그렇다면 번지수를 한참 잘못 집었습니다. 계속 예산은 예산대로 쓰고, 저출산 문제는 계속해서 악화되는 결과를 맞게 될 겁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구체적인 계획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이 정책은 정부 당국이 제출한 예산안에 포함돼있었던 게 아니라, 국회에서 추가됐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희도 뉴스로 본 게 전부에요. 정부와 지자체가 어떻게 나눠서 지급할지, 기존에 각 지자체 별로 지급하고 있는 출산장려금과 중복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등 어떠한 계획도 마련된 것이 없습니다. 만약 해당 예산안이 통과되면 그때부터 부랴부랴 검토를 시작해야 하죠.”

이 정책을 밀어붙인 건 자유한국당이라고 합니다. 철저히 정치적 계산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아이 낳으면 출산장려금 250만원 일시 지급’이란 문구가 이목을 끌기 딱 좋다는 점에 현혹된 것은 아닌가요?

자유한국당은 앞서 월 10만원씩 지급되는 아동수당과 관련해 소득 상위 10%는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철시킨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가려내는 비용이 그냥 지급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거센 비판을 받았죠.

또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대관절 ‘출산주도성장’을 주장해 역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습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소득주도성장’에 빗댄 것일 뿐, 어떠한 깊은 고민이나 성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발언이었습니다.

이처럼 출산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행태는 실제 고민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줍니다. 하루 빨리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마음만 조급한 이들을 또 한 번 좌절하게 만들죠. 당장 본인이 겪고 있는 문제인데, 이를 해결할 권한을 가진 이들이 ‘헛발질’만 하고 있으니 분노할 수밖에요.

부디 저출산 관련 문제만큼은 정치에 이용되는 일이 더 이상 없길 바랍니다. 정치적 이해관계 또는 치적 쌓기에 소모되기엔 이 문제가 너무 심각합니다. 정치적 계산만 하다 누가 정권을 잡든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습니다. 최대한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해 실행하기에도 시간과 비용이 모자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