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왼쪽부터 조정식 민주당 예결위 간사,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김동연 부총리,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한국당 장제원 예결위 간사가 잠정 합의에 대해 말하고 있다. / 뉴시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왼쪽부터 조정식 민주당 예결위 간사,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김동연 부총리,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한국당 장제원 예결위 간사가 잠정 합의에 대해 말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6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에 합의했다. 예산안 처리와 함께 선거제도 개혁 합의를 요구했던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배제됐다. 정해진 법정시한(12월 2일)을 훌쩍 넘긴데다 선거제 개혁 문제로 예산안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부담을 느낀 여당이 이 같은 선택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줄곧 ‘협치’를 강조해왔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비판의 화살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홍영표 민주당·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후 2019년도 예산안 처리에 대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한국당이 감액을 요구했던 일자리·남북경제협력 관련 예산은 취업성공패키지,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 일자리 예산 및 남북협력기금의 일반회계 전입금 등을 포함해 총 5조원 이상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양당은 7일 본회의를 열고 예산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야3당이 본회의에 불참하더라도 민주당·한국당 의석수만으로 정족수는 충족된다.

하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의석수(129+112)만으로 예산안 처리는 가능하지만, 야3당이 이를 저지할 경우 본회의장에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예산안 처리 이후에도 민생법안 심의는 계속해서 추진해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야3당의 반발로 정국이 급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관영 바른미래당·장병완 평화당·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당·한국당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양당은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국민이 원하며, 국민을 위한 개혁은 버리고 결국 철저한 기득권 동맹을 선택했다”며 “이번 예산안 야합은 정치개혁과 선거개혁을 명령한 국민 의사를 철저하게 거스르는 패권주의 기득권 세력으로서 모습 숨기지 않은 것이다.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 거두지 않으면 야3당은 보다 강력한 투쟁으로 정치개혁 완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3당은 양당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투쟁을 지속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저녁부터 단식투쟁에 돌입하기로 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내일) 오전 10시에 공동 규탄 집회를 할 것이다. 이후에 구체적인 행동 방향에 대해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20대 국회 들어서 지금 이 순간에 ‘더불어한국당’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국민과 함께 규탄하면서 야3당은 보다 강력한 투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민주당-한국당의 예산안 처리 합의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뉴시스
장병완 민주평화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민주당-한국당의 예산안 처리 합의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뉴시스

◇ “지방선거 4인 선거구 무산됐을 때 생각나”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6·13 지방선거 당시 서울 지역 기초의원(구의원) 선거에 ‘4인 선거구제’를 도입하려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반대로 무산된 일과 같은 맥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야3당은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양당은 기초의회 4인 선거구를 쪼개는 야합으로 정치개혁에 역행을 한 바 있다. 이번 또한 다르지 않다. 양당은 기득권을 위해서라면 정치개혁을 중단하는 정도가 아니라 역행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한 선거구에서 1등뿐 아니라 2~4명까지 당선되도록 해 다양한 세력이 서울시의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4인 선거구를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선거구제 개편안을 내놨지만, 민주당·한국당의 반발로 4인 선거구는 한 곳도 도입될 수 없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야3당의 선거제 개편안은 대표성·비례성을 늘려 다양한 정당이 원내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지금껏 한국정치사에서 항상 원내1·2당을 번갈아가며 영향력을 좌우해온 민주당과 한국당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내용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선거제 개편 논의에 양당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게 야3당의 판단이다.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은 정개특위가 주도하는 문제기 때문에 예산안과 연계해야 한다는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은 원내대표 몇 명이 합의해서 되는 게 아니고 정개특위에서 논의해서 결정하는 것 아닌가. 선거법이라고 하면 각 당 지도부가 협의를 해도 국회의원 각각 개인들의 의견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 하루 이틀 사이에 정리하기는 어렵다”며 “선거법 문제는 예산안과 분리하는 것도 있지만 대개 당 차원에서 논의가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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