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기업 휴비스가 희망퇴직 신청자를 접수받으면서 퇴사를 원하지 않는 직원들에게도 사실상 퇴직을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사위크
섬유기업 휴비스가 희망퇴직 신청자를 접수받으면서 퇴사를 원하지 않는 직원들에게도 사실상 퇴직을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섬유기업 휴비스가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퇴사를 원하지 않는 직원들에게도 사실상 퇴직을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퇴직 의사가 없음을 밝혔음에도 재차 면담을 하고 퇴사를 권유하고 있다는 것. 특히 여기에는 청년 사원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회사 측은 희망퇴직 신청은 11월 말로 끝났다며 강요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 “의사 밝혔음에도 수차례 호출해 퇴직 압박”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긴급구호요청] 청년 절망 악덕기업 <휴**>를 고발합니다. 영업익 300억 대기업이 젊은 청년사원 포함 희망퇴직이 타당한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의 작성자는 “현재 휴**라는 SK/삼양사 계열 대기업에서 청년 사원들에 대해서도 희망퇴직 압박 및 접수 중 입”이라며 “이직할 준비 기간도 주지 않고 1년치 연봉을 줄테니 12월 안으로 당장 퇴사하라는 식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퇴직 의사가 없다고 분명 밝혔음에도 수차례 호출해 퇴직을 압박하고 지금 나가지 않으면 1년치 연봉도 없다고 한다”면서 “영업이익 300억원대 대기업이 청년 사원까지 준비기간도 없이 정리하려는 사유를 모르겠다. 이렇게 나가면 재취업도 불가능하고 이것은 한 사람과 전 가족의 인생을 파탄 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렇게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데 청년들이 결혼하고 출산을 할 수 있겠는가. 대기업도 이러는데 중소기업을 가고 싶겠냐”면서 “휴**의 청년 사원 대상 희망퇴직을 막아 달라. 이런 식의 퇴사는 당장 죽으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 휴비스 “퇴사 강요 없어... 압박감 여부는 개인차”

법조계에서는 재차 희망퇴직을 권유하는 것은 사실상 퇴사를 강요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법률원 조세화 변호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청원글대로 라면 말 그래도 ‘희망퇴직’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보통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앞두고 희망퇴직 절차를 밟는데, 회사가 원하는 만큼 퇴직자가 나오지 않으면 단체협약에 따라 협의를 거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직자 수가 적게 나온다고 계속 면담을 하면서 권유하는 것은 직원 입장에선 충분히 압박으로 느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휴비스 측은 개인에 따라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실은 없다는 입장이다. 사측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1대1로 희망퇴직 공고를 하고, 의사를 확인받고 하는 등의 과정에서 여러 차례 면담을 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위로금도 1년치 연봉으로 높은 편이다. 잘 생각해 보라고 얘기한 것이지 압박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2012년 상장 후 올해가 돼서야 괄목할만한 실적을 거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지만 방심할 순 없지 않은가. 내년은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니 비용절감과 경영효율성을 위해 전 연령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휴비스는 올해 3분기 실적 공시를 통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3,533억원, 영업이익 106억원, 당기순이익 70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13일 밝혔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7.1%로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2%, 25.9% 감소했다.

전년과 비교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 매출은 6.8%, 영업이익은 78.6%, 당기순이익은 42.9%로 크게 개선됐으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연간 영업이익 296억원을 상회한 336억원을 기록했다.

휴비스는 “주원료인 TPA 가격이 전기 대비 급등했고 MEG 가격도 크게 상승하는 악조건 속에서 전년 동기와 맞먹는 수준의 영업이익을 실현했다”면서 “현재 국제 유가 하락세에 따라 원료가격 또한 안정화 추세에 있으며 인상된 원료가 만큼 판매가 상승을 통해 마진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휴비스는 인도라마 벤처스(태국)와 미국 내 합작 법인을 세우고 중국 난통영성섬유신재료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등 공격적인 해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