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농성중인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지도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기 전 손목시계를 보고 있다. / 뉴시스
단식 농성 중인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지도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기 전 손목시계를 보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선거제도 개혁안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기 위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단식이 10일로 5일 차에 접어들었다. 국회 로텐더홀에서 진행되고 있는 손 대표의 단식은 실내이지만 추운 겨울이라는 점, 그리고 손 대표의 나이가 70세를 넘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단식농성의 계기를 제공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거의 매일 손 대표를 방문할 정도다.

정치권의 우려에도 손 대표는 비교적 건강하고 '말끔한' 모습을 유지했다.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반듯하게 매고, 면도도 한 손 대표는 '역대 최고령 단식 정치인'이라고 보기에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이러한 손 대표의 모습에 한 정치권 인사는 "보여주기 퍼포먼스를 중시하는 여느 정치인들과 다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시간 가량 발언했다. 대표 취임 이후 당의 상황부터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한 비판, 선거제 개혁안과 예산안 연계처리에 반대한 민주당과 한국당을 향한 질타 등을 담담하면서도 강한 어조로 풀어나갔다.

손 대표는 "당 대표에 취임하면서 당내 통합과 개혁, 그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정치개혁을 이루겠다고 말했다"며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의 거대양당제의 두 괴물을 물리치겠다는 것은 그 전제였다. 여의도를 가로막고 있는 민주당과 한국당의 두 마리 큰 곰과 싸우는 것은 우리의 숙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의 힘으로 정권을 잡은 민주당은 촛불혁명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은 한국당과 손잡고 짬짜미 예산을 통과시키며 선거제도 개혁을 거부했다"며 "기득권 양당의 밀실 야합, 그리고 민주주의와 의회주의의 부정을 앉아서 지켜볼 수만은 없었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연동형 비례제를 쟁취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민생과 평화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 지도자의 희생과 시민 혁명을 바탕으로 우리 민주주의는 성숙한다"며 "정치개혁이 바른미래당 최고의 과제이며 이를 위해 저를 바칠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말해,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2016년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2018년 5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의 단식 5일차 모습. 이 대표는 탈진해서 쓰러졌고, 김 원내대표는 면도를 하지 않은 모습이다. / 뉴시스
2016년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왼쪽)와 2018년 5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의 단식 5일차 모습. 이 대표는 탈진해서 쓰러졌고, 김 원내대표는 면도를 하지 않은 모습이다. / 뉴시스

손 대표는 기자회견동안 자신의 건강에 대해 "견딜만 하다. 괜찮다"고 반복해서 언급했다.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대한 거대양당의 확실한 보장을 받겠다는 목표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그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에게 제가 그랬다. '나 건강하니 질질 오래 끌라고. 나 쓰러질 때까지 끌라고'(했다)"라며 "내가 쓰러지든지 아니면 정권이 망할 것이다.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손 대표의 이같은 '결기'는 과거 2016년 이정현 새누리당(현 한국당) 대표가 단식 5일 차에 탈진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정장에 넥타이차림, 말끔하게 면도까지 한 것은 지난 5월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같은 기간 수염을 길렀던 것과도 비교된다. 

다만 손 대표가 '노익장'을 과시하는 것과 달리 실제 건강은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주치의인 홍이승권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진찰 후 "심장 부정맥 소견이 있는데 계속된 단식으로 부정맥이 심해지면 건강이 매우 염려되는 상태가 될 수 있다"며 "고혈압이 없었는데 혈압을 재보니 전형적인 고혈압 소견이 나왔다. 강한 스트레스가 원인인 거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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