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9 09:09 (화)
[하도겸의 ‘문예노트’] 티베트의 현자, 삼동린포체의 경주 대법회
[하도겸의 ‘문예노트’] 티베트의 현자, 삼동린포체의 경주 대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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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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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칼럼니스트​
하도겸 칼럼니스트​

우리에겐 조선시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의 양란 때 목탁 대신 창과 칼을 들었던 나라를 지켰던 승려들이 있다. 신라시대 이후 수입된 호국불교의 가장 중심 교리는 후기 불교인 밀교에서 받아들였다. 밀교의 나라 티베트는 1959년 달라이라마가 인도로 망명한 이후 티베트 망명정부를 꾸렸다.

티베트 망명정부의 국회의장과 총리를 역임했던 삼동린포체는 언제나 달라이라마를 도와 옆에서 묵묵히 일했다. 전근대 사회에서 기근이 창궐하여 밥 얻어 먹기 힘든 시절에 출가승이 되어 산에 들어가 농사 지으며 수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신도가 생기면 이야기는 많이 다르다. 등 따스게 밥 먹고 자고 일어나 제자 승들 부려먹으며 창문 두드리는 빗소리 들으며 차나 마시며 청산과 백운을 벗삼아 선시(禪詩) 한 수 짓는 게 뭐가 어렵겠는가? 하지만, 티베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만든 망명정부에서 일한다는 것은 전쟁 때 무기를 든 호국승려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삼동린포체는 망명정부의 국무총리로서 국가적 운명 앞에 대중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다. 인도 전역과 해외에서의 교육, 문화, 사회 복지 및 행정 분야에 선견지명을 가지고 수십 년에 걸쳐 매우 효율적이고 이로운 업적을 이루었다. 문수보살의 지혜를 얻은 이라는 칭송을 들을 만하다.

하도겸 칼럼니스트
하도겸 칼럼니스트

수많은 일을 하면서도 비구로서 끊임없이 배움과 수행에 매진하여 현교과 밀교에 통달했다. 30년간 티벳 대학을 운영할 때 수많은 인도학자들과 수행자들과 교류하였는데 틀과 형식에 갇혀 있지 않고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와 수년간 진리를 탐구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산스크리트어 힌디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초기불교와 대승불교에 모든 교학에 정통하여 오랫동안 인도 철학협회장과 많은 대학과 연구소의 이사와 중책을 맡아왔다.

‘보리도차제’란 티베트어로 람림이다. ‘람’은 길이라는 뜻이고 ‘림’은 단계, 순서를 말한다. 그 길이란 단순한 길이 아닌 깨달음으로 가는 길을 일컫는다. 부처님의 방대한 팔만사천법문이 모두 깨달음으로 가는 길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것을 하나의 핵심적 구조로 체계화한 것이 바로 람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가르침은 우리의 선불교가 어려운 이들을 깨달음 현자 즉 붓다로 이끄는 명확한 안내서이자 지도이다. 람림이 가리키는 대로 그 길을 따라 가면 어렵지 않게 반드시 원하는 목적지에 이르게 하는 티베트 불교의 정수이다.

몇 년전에 달라이라마의 권유를 받고서야 설법을 시작한 삼동 린포체는 여전히 초가에 머물며 청정 비구로서 수행자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80세의 노구를 이끌고 인도를 비롯하여 해외에서 법을 전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사단법인나란다불교학술원(원장 박은정)은 삼동린포체를 모시고 12일부터 16일까지 4박5일 간 경주 황룡원에서 보리도차제의 법을 전수 받고 수행을 결사하는 법회를 봉행한다. 다시 없을 기회인데 서울에서 일하느라 못가니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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