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나경원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하여 환담을 나누고 있다. /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나경원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하여 환담을 나누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 맡기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촉구해온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요구에 민주당이 응답하면서 야3당의 화살은 자유한국당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 당선 이후 선거제 개혁 문제에 더욱 강경해진 한국당의 입장 선회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그동안 여야가 논의해온 연동형 비례제 도입 등 선거제 개혁의 기본 방향에 동의하며 하루빨리 여야 5당이 이 기본 방향에 대해 합의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정개특위에서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며 “정개특위의 활동시한을 연장하고 2019년 1월 중에 특위 내에서 선거제 개혁안에 합의해 이를 2월 임시국회에서 최종 의결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여야 5당의 합의를 위해서는 특히 한국당의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당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면서 새로 구성된 한국당 원내지도부와도 적극 협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야3당의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연동형 비례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음에도 침묵했던 민주당이 한국당 원내지도부 교체 직후 입장을 낸 시점이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최경환 평화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연동형비례대표제 기본방향에 동의했다면 왜 예산안 처리 이전에 이 같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는가”라며 “지금에 와서 이 같은 제안을 하는 이유가 의심스럽다. 적폐연대에 대한 국민적 비난이 고조되고 각종 개혁법안 처리에 야3당의 도움이 필요해지자 졸속으로 꺼내든 카드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주장하며 7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 / 뉴시스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주장하며 7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 / 뉴시스

◇ 야3당 “민주당, 한국당을 설득하라”

일단 야3당은 민주당의 입장을 받아들이되 한국당을 설득하는 것도 민주당 몫으로 돌렸다. 이들은 이날 오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촉구하는 집중 피켓시위를 열고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두 달 전에 오늘과 같은 결정을 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열심히 노력했다면 오늘과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사실 어떻게 하면 (선거제 개혁을) 안 할까 고민했었다. 솔직해져야 한다. 이제는 어쩔 수 없어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저는 솔직히 못 믿겠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과 한국당이 예산안 밀실야합을 한 번 했기에 이제는 선거제도로 다시 한 번 뭉쳐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도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민주당의 당론은 연동형 비례제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선거제 개혁 골든차임 한 달을 허비한 것이다. 최고위에서 대단한 결정인 것처럼 말하겠지만,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간 것”이라며 “12월 한 달 간 두 당이 문 걸어 잠그고 논의해서 연동형 비례제에 대한 합의안을 만들어가지고 오면 된다. 오늘 결정사항은 그 일을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같은 당 윤소하 원내대표도 “민주당의 진정성을 믿을 수가 없다. 어차피 5당이 합의해야 하기에 이 상황을 진정으로 풀 의지가 있다면, 제대로 개혁할 의지가 있다면 한국당을 설득하라. 한국당과 함께 (연동형 비례제 수용) 입장을 가져오라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관건은 한국당의 입장이 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는 김성태 전 원내대표보다 강경한 입장을 내비쳐 난항이 예상된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연동형 비례제의 경우 실질적으로 의원정수 확대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국민정서가 과연 공감할 수 있는지하는 게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저는 조금 부정적”이라며 “당내에서 의원님들의 의견을 물어야 하는 절차도 있다. 일단은 당장 연동형 비례제 문제를 먼저 생각하는 것보다는 선거제 개편 전체에 대해 정개특위 활동 시한 부분부터 살펴보는 게 맞다”고 밝혔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연동형 비례제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분명하다. 이날 개최된 정개특위 소위원회 회의에서 한국당 간사인 정유섭 의원은 “지금 단식농성하시는 분들이 연동형 비례제를 받아달라고 하는데 여러 제도 들 중 하나인데 야당이 자기들 유리한 방향만 주장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며 “여러 안을 다 같이 논의할 수 있도록 열어줘야지 연동형 비례제만 받으라고 하는 건 떼쓰는 걸로만 보이지 합당한 이유라고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