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세가 첫발을 내딛었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글로벌 IT 공룡들이 국내에서 제대로 된 세금을 내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다.
구글세가 첫발을 내딛었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글로벌 IT 공룡들이 국내에서 제대로 된 세금을 내도록 하기 위한 결정이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글로벌 IT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 구글, 페이스북 등의 IT공룡에 세금을 매길 수 있게 됐다. 일부 서비스 매출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며, 시행은 내년부터다. 다만, 여전히 과제는 남아있다. 기업간 거래에 대한 부가세 및 법인세 과세도 필요하다. 

◇ 2019년 7월부터 구글, 페이스북에 부가세 부과

구글세가 첫발을 내딛었다. 지난 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글로벌 IT기업의 각종 서비스 매출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내용이다. 지난 11월 6일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으로, 구글, 페이스북 등의 거대 IT 공룡들이 타깃이다. 글로벌 기업에 대한 과세 정책을 강화한다는 것이 목적으로, ‘구글세’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행법은 국외사업자가 전자기기를 통한 서비스를 공급할 경우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를 과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과세되는 범위가 극히 제한돼 해외 IT기업들이 얻는 수익에 비례한 과세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박선숙 의원은 ‘부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부가세가 부과되는 국외사업자의 서비스 범위에 △인터넷 광고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공유경제 서비스 등을 추가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글로벌 IT기업들의 조세회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다. 실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에어비엔비 등의 IT기업의 조세회피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지난 3월 발표한 ‘디지털 경제의 과세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EU의 경우 지난해 전통적인 기업의 평균 실효세율은 23.2%, 디지털 기업의 실효세율은 9.5%로 나타났다. IT기업은 타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보다 40% 적은 세금을 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구글 등의 IT기업이 부가세를 일부 납부하고 있기는 하나 그 액수는 매출에 비해 적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개정안은 약 한달 만에 처리됐다. 국내외 사업자 간 차별 문제로 지적된 만큼 사업자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빠르게 진행됐다. 실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발의 6일 만인 11월 12일에 법안을 조세소위원회에 직접 회부했고, 11월 28일 조세소위원회에서 일부 내용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최종 수정안이 8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 남은 과제는 ‘B2B’·‘법인세’… 과세 범위 확대될까

국외사업자에 대한 부가세 과세는 2019년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해외 IT기업들은 B2C(기업과 고객간 거래) 서비스 매출의 10%를 부가세로 납부해야 한다. 구글의 경우 유튜브에서 광고를 통해 얻은 수익의 10%를 부가세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과제는 남아있다. 글로벌 IT기업과 국내 기업 간 거래 항목은 이번 개정안에서 제외됐다. 당초 박선숙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뿐 아니라 B2B(기업 간 거래) 부분도 포함됐다. 그러나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회의에서 B2B 항목은 빠지고, B2C 거래에만 부가세를 부과하는 쪽으로 범위가 좁혀졌다. 

법인세 부과 역시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구글, 페이스북 등의 국외사업자에 세금을 물리는 방법은 대표적으로 법인세와 부가세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두 가지 모두 제대로 된 과세를 할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부가가치세법을 개정한 까닭이다. 문제는 법인세다. 과세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들 기업 대부분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법인을 법인세율이 낮은 싱가포르로 설정해둔 탓이다. 싱가포르의 법인세는 17%로, 우리나라(24%)보다 7% 낮으며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의 법인세보다 낮다. 이에 아태지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싱가포르를 선택하고 있다. 

고정 사업장을 싱가로프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현행 법인세법은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는 사업자에만 세금을 부과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결국 국내에 서버가 없는 기업들은 한국에서 수익을 내도 해외 법인에서 매출이 잡히고, 법인세 과세를 할 수 없게 된다. 이번 부가세 개정안에 대해 ‘첫발을 내딛었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외 IT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박선숙 의원은 “이번에 법이 통과됨으로써 디지털세 논의의 기초가 마련됐다”며 “이번에 합의되지 못한 해외 IT기업과 국내 사업자 간 거래의 과세 문제도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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