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국세청에서 공개한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자 명단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뉴시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국세청에서 공개한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자 명단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자수성가 신화’로 꼽히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또 다시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국세청은 지난 12일 조세포탈범·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자 등의 명단을 공개했다. 국세청은 성실한 납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2014년부터 이 같은 명단을 공개해오고 있다.

이 중 올해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허진규 회장 단 한 명이다. 허진규 회장은 2013년 136억원, 2014년 131억원 상당의 해외금융계좌 신고를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은 쉽게 말해 해외로 재산을 빼돌려 은닉했다는 의미다. 이는 탈세는 물론 자금세탁, 비자금 조성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특히 허진규 회장은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재산이 적발됐다. 단순 착오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허진규 회장의 이 같은 해외 재산은 지난해 세무조사 과정에서 들통 났다. 이에 국세청은 약식기소를 진행했으나, 법원은 규모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결국 1심에서 벌금 7억원을 선고받은 허진규 회장은 항소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진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모든 조치가 끝난 사안이며 벌금도 모두 납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세청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자 공개 명단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면서 허진규 회장은 또 다시 도덕성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허진규 회장은 앞서도 증여세 회피, 담합, 중소기업 기술탈취 의혹, 손자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등 많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맨손으로 50대 재벌그룹을 일군 ‘자수성가의 신화’도 이처럼 반복되는 도덕성 논란으로 빛이 바래게 됐다.

국세청은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금액이 50억원을 초과하는 이들 중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공개 대상을 확정한다”며 “앞으로도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자에 대해 과태료 부과 및 탈루세금 추징에 나서고, 특히 50억원을 초과하는 고액 위반자에 대해서는 형사고발과 명단 공개를 통해 지속적이고 엄정하게 제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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