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정계 복귀설이 다시 나왔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한 여론조사기관 대표의 발언을 빌려 “유시민 이사장을 포함해 여론조사를 돌리면 여야를 통틀어서 가장 높게 나온다”고 말한 게 정치권의 이목을 끌었다. / 뉴시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정계 복귀설이 다시 나왔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한 여론조사기관 대표의 발언을 빌려 “유시민 이사장을 포함해 여론조사를 돌리면 여야를 통틀어서 가장 높게 나온다”고 말한 게 정치권의 이목을 끌었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내가 원하는 삶을 찾고 싶어서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난다.”

트위터에 올린 메시지 하나가 정계를 떠나는 ‘정치인 유시민’의 마지막 인사였다. 벌써 5년도 더 지났다. 그는 지난 시간 동안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았다. 토크쇼와 예능프로그램을 오가며 방송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에서 한걸음 더 멀어지고 싶었다. 정계 은퇴 이후에도 유지해왔던 정의당 당적을 정리한 이유다.

◇ 정두언이 쏘아올린 ‘유시민 대망론’

하지만 정치권의 해석은 달랐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다시 언론 앞에 서게 되자 정계 복귀 신호탄이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 유시민 이사장은 복귀설을 일축했다. “임명직 공무원이나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제 인생에 다시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앞으로도 글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한다”는 게 취임식에서 밝힌 그의 다짐이다.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을 조금 덜어 재단 이사장 활동에 쓸 생각”이라는 것이다. 이사장직은 보수를 받지 않고 비상근으로 봉사하는 자리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났다. 유시민 이사장의 바람과 달리 정치권의 관심은 계속됐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차기 대선에서 유력한 후보로 유시민 이사장을 꼽았다. 그는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 대표로부터 “유시민 이사장을 포함해 여론조사를 돌리면 여야를 통틀어서 가장 높게 나온다”는 내용을 전해들은 일화를 밝혔다. 뿐만 아니다. “보수층에서도 지지 여론이 많다”며 “대단한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유시민 이사장은 정계 은퇴를 선언한 5년 전과 같은 마음을 나타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본인의 의지보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유시민 이사장의 복귀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 뉴시스
유시민 이사장은 정계 은퇴를 선언한 5년 전과 같은 마음을 나타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본인의 의지보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유시민 이사장의 복귀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 뉴시스

정두언 전 의원의 발언은 지난 14일 이데일리를 통해 보도되면서 잔잔한 파문을 불러왔다. 보수진영에선 유시민 이사장의 정계 복귀를 기정사실화하는 것과 달리 진보진영에선 가능성이 희박하게 진단한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유시민 이사장이) 말과 행동이 다른 분이 아니”라면서 “지금 사는 게 행복하다고 하더라. 정계 복귀는 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정치가 생물이기 때문에 어느 쪽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유시민 이사장의 이름이 계속 언급되는 것은 현 여권의 상황과 무관치가 않다. 유력 잠룡으로 불렸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각각 성폭행,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여기에 대중적 호감과 인지도가 높은 유시민 이사장의 등장은 침체된 분위기를 전환시킬 호재와 다름없다.

일각에선 노무현재단의 상징성에 주목했다. 소위 친노·친문의 표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시민 이사장의 파급력은 더욱 커지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결국 유시민 이사장의 정계 복귀는 ‘의지’가 아닌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본인은 다시 한 번 선을 그었다. “정치를 하고 말고는 의지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본인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저는 현재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한 부정이다. 이에 JTBC 썰전에서 유시민 이사장과 호흡을 맞췄던 전원책 변호사가 반박했다. 그는 “정치판에서 완전한 부정은 본인의 생각을 숨기려고 할 때 자주하는 화법”이라고 지적했다. 의지와 상관없이 유시민 이사장은 다시 정치판 중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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