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인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굴뚝 위에서 고공농성 중인 홍기탁 전 파인텍지회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파인텍 굴뚝농성 연대의 날' 참가자들에게 스마트폰 불빛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두 노동자의 굴뚝 농성은 404일째를 맞았다. /뉴시스
1년 전인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굴뚝 위에서 고공농성 중인 홍기탁 전 파인텍지회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파인텍 굴뚝농성 연대의 날' 참가자들에게 스마트폰 불빛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두 노동자의 굴뚝 농성은 404일째를 맞았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파인텍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이 404일째를 맞았다. 금속노조 파인텍지부 차광호 지회장이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지도 11일째다. 노동계는 기존에 파인텍 노동자들이 벌였던 고공농성 기록(408일)이 깨질 때까지 사측이 묵묵부답으로 대응한다면 전국적인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파인텍지회는 지난 19일 서울 양천구 열병합발전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질식할 것 같은 비좁은 공간에서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임계점을 이미 넘었지만 아직도 어떠한 해결의 신호나 징후는 없다”면서 “두 노동자의 세계 최장기 굴뚝 농성에도 불구하고 스타플렉스의 태도는 적반하장이다”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참담한 것은 촛불정부라 일컬어지는 문재인정부도 전 정권과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다. 왜 이토록 노동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동일한 것이냐”라며 정부의 관심을 호소했다.

2010년 스타플렉스는 한국합섬을 인수한 뒤 사명을 스타케미칼로 변경했다. 이후 사측은 경영이 어렵다며 전 직원을 권고사직 대상에 올렸다. 당시 차광호 지회장이 이에 반발해 408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인 끝에 노사는 2016년 1월 안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차 지회장은 굴뚝에서 내려왔지만, 사측은 사명을 파인텍으로 바꾼 뒤 공장 문을 닫았고,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다시 굴뚝에 올랐다.

파인텍지회는 “또 다시 굴뚝 농성을 시작한 이유는 사측의 약속파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노사 합의 파기의 장본인인 김세권 대표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것을 두고 공정을 말할 수 있겠냐”며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정훈 유성기업 노조 영동지회장, 박성호 한진중공업지회 전 지회장, 최병승 현대자동차 비정규직투쟁 고공농성자, 장연의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전 연대팀장 등이 참여했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인근 송전탑에서, 이정훈 유성기업 노조 영동지회장은 충북 옥천 광고탑에서, 박성호 한진중공업지회 전 지회장은 부산 영도조선소 안 선박 크레인에서, 최병승 씨는 현대차 울산공장 옆 송전탑에서, 장연의 전 팀장은 서울 중앙우체국 앞 전광판에서 각각 고공 농성을 벌인 적 있다.

이들은 “우리 고공 농성자들은 cctv철탑, 크레인, 굴뚝, 건물옥상, 한강철교, 송전탑, 망루, 조명탑, 광고탑, 교각, 아치까지 올랐던 사람들”이라며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이었고 후유증 또한 깊었다. 하루라도 빨리 이 잔인한 시간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계는 408일이 지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오는 29일 농성장 앞에서 전국 노동자대회를 열고 전국적인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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