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이 메리 미커가 24년째 발간해 온 '2018 인터넷 산업 트렌드' 보고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세계 20대 인터넷기업은 미국 11개, 중국 9개로 두 국가가 독점하고 있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메리 미커가 24년째 발간해 온 '2018 인터넷 산업 트렌드' 보고서 분석 결과, 애플·구글·샤오미 등 세계 20개 인터넷기업 모두를 미국과 중국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강준혁 기자] 세계 20개 인터넷기업 모두를 미국과 중국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T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은 1개 기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를 ‘신사업 규제’ 때문으로 봤다.

◇ 세계 20대 인터넷기업에 미국 11개, 중국 9개, 한국 0개

세계 20대 인터넷기업 명단에 한국기업은 없었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미국 기업이 상위 5위를 차지했다. 나머지 순위에도 미국과 중국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2013년에 포함됐던 한국의 네이버와 일본의 야후재팬, 라쿠텐 등은 중국 기업에 밀려 순위에서 탈락했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이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 2018’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세계 20대 인터넷기업은 미국 11개, 중국 9개로 두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는 인터넷산업 투자 거물 메리 미커((Mary Meeker)가 1995년부터 매년 발간해온 세계 인터넷 산업 트렌드 리포트다. 전세계에서 인터넷 종사자들이 매년 찾아보는 영향력 있는 IT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5년전인 2013년만 해도 중국 기업은 텐센트, 바이두, 넷이즈 3개뿐이었으나, 2018년에는 9개로 ‘톱 20’ 내 절반을 차지했다. 2013년 명단에는 없었던 알리바바, 차량 공유업체 디디추싱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기업들이 명단에 포함됐다.

미국의 경우 명단이 눈에 띄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전통적 인터넷강자들이 많은 때문이다. 다만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각 기업의 기업가치가 급증했다. 조사 시점 기준 애플의 경우 시가총액이 2013년 4,180억 달러에서 2018년 9,240억 달러로 120% 가량 증가했고, 지난 8월에는 1조 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아마존 547% △마이크로소프트 158% △구글 156% △페이스북 860% 등 나머지 ‘톱 5’ 기업도 모두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 2018'에 따르면 세계 20개 인터넷기업 모두를 미국과 중국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IT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은 1개 기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 출처: Internet Trends 2018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 2018'에 따르면 전통적 인터넷 강자들이 많은 미국의 경우 명단이 눈에 띄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국 기업은 9개 기업이 이름을 올리며 ‘톱 20’ 내 절반을 차지했다. / 출처: Internet Trends 2018

미국과 중국, 두 나라에 공통된 변화는 승차공유서비스 기업인 우버(미국·15위)와 디디추씽(중국·16위)이 2018년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은 2013년 명단에는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규제로 인해 사업을 시작할 수조차 없는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은 시가총액이 각 720억불, 560억불에 이르는 기업을 배출해낸 것이다.

5년전인 2013년만 해도 ‘세계 인터넷기업’ 명단에는 한국 기업(네이버)의 이름이 있었다. 하지만 2018 보고서에는 국내기업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를 “신사업 규제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세계 20대 인터넷기업’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드론이나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혁신적인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은 드론을 활용한 배송인 ‘프라임 에어’를 2019년까지 상용화한다는 계획 아래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드론 활용 서비스를 시험할 수 있는 환경이 아직 취약한 실정이다. 국가 주요시설과 비행장 반경 9.3㎞ 이내에서는 드론을 띄울 수 없고(서울 대부분 지역이 불가), 야간 비행은 특별승인 없이는 원칙적으로 금지돼있다.

◇ 새로운 분야서 혁신 거듭 미·중 vs 신사업 규제에 성장 더딘 한국  

알파벳(구글)의 자회사 ‘웨이모’는 세계 최초의 무인 로봇택시 서비스를 이번 달초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시작했지만 우리기업들은 자율주행차 활용 서비스 상용화에 뒤처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도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와 같은 핀테크 기업들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한국의 인터넷은행 2곳은 ’16년, ’17년에 영업을 개시했다. 중국은 이미 2014년 2월 텐센트의 위뱅크 출범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에 앞장섰고 현재 알리바바, 샤오미, 바이두의 은행까지 4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세계 20대 인터넷기업 명단에 한국기업은 없었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미국 기업이 상위 5위를 차지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를 ‘신사업 규제’ 때문으로 봤다. / 한경연
세계 20대 인터넷기업 명단에 한국기업은 없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를 ‘신사업 규제’ 때문으로 봤다. / 한경연

한경연은 이와 같은 한-중 간 격차를 “은산분리 규제 때문”으로 분석했다. 중국은 산업자본의 은행업 소유 및 경영에 대한 규제가 없는 반면 우리나라는 올해 9월에야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4%에서 34%까지 확대하는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또 중국은 “거지들도 QR 코드로 구걸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간편 결제 시스템이 이미 활성화된 모습을 보이나, 한국은 올해 들어서야 QR코드 결제시스템이 도입됐다. “사후 규제를 택한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사전 규제 시스템이 혁신을 가로막아 한-중 간 핀테크 산업의 격차를 키웠다”는 게 한경연의 분석이다.

중국 ICT 최강자 BAT는 핀테크 분야 뿐 아니라 스마트의료 분야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법 규제로 인해 시도조차 어려운 원격의료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정부가 신산업 육성을 위해 제도 개선, 지원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글로벌 Top 수준에 접근하기에는 아직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며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의 규제 장벽 철폐 등 제도적 혁신이 필요하다. 좀 더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신산업 육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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