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 집중 피켓시위에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야3당의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 집중 피켓시위에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20대 총선 득표율에 적용하면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원내1당이 되고 민주당은 원내3당이 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놨다. 또 초과의석이 발생해 의원정수가 늘어날 수 있고 여소야대 국회가 일상화돼 ‘식물국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지만 독일식 연동형 비례제의 문제점을 부각한 이번 보고서가 현재 진행 중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선거제 개혁 논의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영재 민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6일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있는 독일의 연방하원의원 선거결과와 병립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 중의원 선거결과를 비교 분석한 ‘권역별 비례대표 의석배분 방식에 따른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의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식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적용해 총 350석(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97석)을 기준으로 20대 총선 결과를 시뮬레이션 해봤을 때 초과의석 39석, 균형의석 80석이 추가돼 총 의석은 469석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 결과도 완전히 뒤바뀐다. 민주당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123석을 얻어 새누리당(122석)과 국민의당(38석)을 제치고 제1당을 차지했는데,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적용할 경우 새누리당이 169석, 국민의당 135석, 민주당 129석, 정의당이 36석을 얻는다.

김 위원은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국가는 독일을 제외하고는 그 사례가 많지 않고, 의석 배분 과정에서 초과 의석이 발생해 의원 정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국회의석이 어느 정도인지 확정되어 있지 않아서 정치적 불안정성을 높이고 정치의 예측가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또한 일부 권역의 경우 특정 정당이 지역구 의원만 배출하고 비례대표 의원은 단 한 명도 채우지 못할 수 있으며, 여소야대가 일상화되어 국회에서 입법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난 대선과 총선 공약으로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명시했다는 점과 선거제 개혁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감안해 “국회의원선거에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추진하되, 동 제도의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김 위원은 그러면서 “독일식 선거제도, 즉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전적으로 각 정당의 총 의석 수를 결정하는 방식이 과연 민심 그대로의 선거제도인지에 대해 재검토하고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민주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총선 득표율에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할 경우 새누리당이 1당, 국민의당이 2당, 민주당이 3당으로 결과가 뒤바뀐다. / 민주연구원 제공
민주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총선 득표율에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할 경우 새누리당이 1당, 국민의당이 2당, 민주당이 3당으로 결과가 뒤바뀐다. / 민주연구원 제공

◇ “철지난 문제제기… 선거제 개혁 힘 빼려는 것”

이 같은 민주연구원 보고서가 발간되자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해온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비판 섞인 우려가 나왔다. 여당의 싱크탱크가 내놓은 보고서에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단점만 부각하는 것은 결국 전체적인 선거제 개혁 논의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대표는 '독일식 비례대표제는 과도한 국회 의석의 증가를 불러 정치적 불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약화시킨다'는 보고서의 내용에 대해 “초과의석이 발생하더라도 스코틀랜드가 택하고 있는 총의석고정방식을 택하면 전체의석은 늘어나지 않고 고정될 수 있다”며 “(바른미래당) 박주현 의원은 그런 내용의 법안발의까지 한 바 있다. 초과의석에 대해 이런 대안까지 나와 있는데 새삼스럽게 대안모색이 필요하다는 건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20대 국회를 시뮬레이션 자료로 쓴 것도 적절치 않다. 20대 총선은 정당지지율과 의석비율의 차이가 이례적으로 컸던 선거였다”며 “민주연구원의 이 보고서는 의도적으로 문제점을 부풀린 것이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법안들의 내용도 제대로 담고 있지 않은 수준미달의 페이퍼”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정개특위 논의 과정에서도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요구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한국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독일처럼 정당 득표율에 의석수를 연동하는 방식이 아닌,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을 고려한 새로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근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 관련 당내 토론회를 열고 전문가와 정개특위 위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정개특위 소속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분위기는 선거제 개혁에 대해 이견은 거의 없었다”면서도 “국정운영의 구도(권력구조)와 조응돼야 한다. 이론적으로 좋은데 현실 운영되면 예상 못하는 부작용에 교착 정국에 빠질 가능성을 면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유보적 입장을 견지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