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CK모터스가 다마스·라보 단종 연기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신원CK모터스가 다마스·라보 단종 연기 결정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동풍소콘을 국내에 론칭한 중국차 전문수입업체 신원CK모터스가 다마스와 라보의 수명을 연장시킨 정부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타사 사업과 직결된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대해 드러내놓고 반기를 드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신원CK모터스는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소형 LPG트럭과 밴 2021년까지 생산연장 이것이 과연 최선인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당초 2019년 말 단종 예정이었던 소형 LPG트럭과 밴인 다마스·라보에 대해 일부 환경·안전규제를 유예시켜주는 조건으로 2년간 생산연장이 결정됐다고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혔다”고 시작하는 이 보도자료는 정부 결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실제 정부와 한국지엠은 지난해 12월, 다마스·라보의 생산을 2021년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환경·안전규제로 당초 올해 말 생산이 중단될 예정이었으나, 정부가 이를 2년 더 유예해주기로 한 것이다.

영세 소상공인들의 발 역할을 하는 다마스·라보는 앞서 지난 2007년과 2013년 두 차례 단종됐다가 이듬해 생산이 재개된 바 있다. 2008년에는 회사 측이 상당한 비용을 투입해 환경규제에 부합하도록 조치했고, 2014년엔 소상공인들의 반발에 못이긴 정부가 일부 규제를 유예하며 생산재개가 이뤄졌다.

세 번째로 수명이 연장된 이유는 이번에도 정부가 한 걸음 물러났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마스·라보 단종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 및 자동차업계 여파를 우려해 규제를 유예하는 것이 여러모로 더 낫다고 판단했다. 특히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으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한국지엠의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신원CK모터스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먼저 지적한 것은 안전문제다. 신원CK모터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다마스·라보를 운행하는 운전자는 차량에 안전장치가 없는 만큼 한번 사고가 날 경우 그대로 커다란 사고로 이어질 위험에 노출돼있다”며 “2013년 생산재개는 소상공업계의 생계 위협으로 인한 것이었으나, 이번 생산 재개 결정은 운전자의 안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위험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한 “진정으로 일자리 안정과 부품 생태계를 고려했다면 일과 대부분을 차량에서 생활하는 소상공인을 위해 최소한의 안전 대책과 이를 위한 부품 개발에 대해 사전에 시간을 갖고 정책을 내놓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신원CK모터스는 과거 생산재개와 이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과거엔 대안이 없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다마스·라보 말고도 소상공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경상용차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특정 기업이 동종업계 타사의 사업과 직결되는 사안이자, 정부의 판단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신원CK모터스의 이러한 예민한 반응은 이번 결정이 자신들의 향후 사업 및 판매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원CK모터스는 0.8톤·0.9톤 트럭 및 밴 등 경상용차와 SUV 등을 판매하고 있다. 아직 중국차에 대한 선입견이 없지 않은 가운데, 주력 라인업은 경상용차다. 다마스·라보의 경쟁모델이자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단종 시 쏠쏠한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됐다.

더욱이 신원CK모터스는 올해 판매실적이 목표 및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심 기대하고 있던 다마스·라보의 단종마저 연기되면서 신원CK모터스는 당초 계획이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 신원CK모터스가 발끈한 이유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러한 반응이 결국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안전성과 산업에 미칠 여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가 결정한 사안인데, 이를 수입차업체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어쨌든 다마스·라보 단종 연기는 신원CK모터스의 향후 행보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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