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외국인직접투자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다만 일부 산업과 지역은 투자유치 실적이 예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
2018년 외국인직접투자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다만 일부 산업과 지역은 투자유치 실적이 예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다.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한국을 찾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기업의 주식·지분을 취득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외국인직접투자(FDI)는 매년 그 규모를 늘려왔다,

작년도 예외는 아니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일 ‘2018년 외국인직접투자 동향’을 발표했다. 한국이 작년 한 해 유치한 외국인직접투자는 모두 269억달러로 단일년도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며, 2017년(229억5,000만달러)보다는 17.2%나 많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일부 산업과 지역이 소외되는 편중현상이 나타났다.

◇ ‘운송용 기계’ 뜨고 ‘의약’ 주춤

제조업 FDI는 전년 대비 38.9% 증가하며 100억달러를 돌파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외국인직접투자 실적이 2017년 9억달러에서 51억1,000만달러로 급증(전년 대비 증가율 465.9%)한 운송용 기계 산업이 일등공신이었다. 한편 기계장비·의료정밀 산업 또한 FDI 실적이 전년 대비 88.3% 증가했는데, 투자실적이 거의 없던 미국과의 교류가 확대된 것이 주요했다.

반면 의약 분야는 상승세가 꺾였다. 2010년 2,300만달러였던 의약 분야의 외국인직접투자는 2017년엔 그 15배가 넘는 3억5,2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8년에는 투자유치실적이 2,400만달러에 그치면서 8년 전 수준으로 폭락했다. 외국인직접투자 건수 자체는 12건으로 17년(17건)에 비해 크게 줄어들지 않았지만, 대형 FDI 계약이 성사되지 못하면서 거래규모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인도·동남아시아 등 신흥국들이 바이오·의약산업에 대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국내 투자가 급감한 원인으로 평가된다.

한편 서비스업 FDI는 17년 대비 1.4% 증가했지만, 13억2,600만달러에서 31억2,400만달러로 급성장한 정보통신 분야를 제외하면 대부분 작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낮아졌다. 도·소매업(유통)과 숙박·음식점, R&D(연구·개발)가 예년보다 투자유치 실적이 크게 떨어진 분야였다.

◇ 심화된 수도권 편중현상… 충북·제주 부진

전체 외국인직접투자 규모는 늘어났지만, 지역별로는 서울·경기·인천에 투자자금이 몰리는 ‘수도권 편중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한 해 수도권 지역이 유치한 외국인직접투자는 168억5,300만달러로 전체의 62.6%에 해당한다. 2017년(57.7%)보다 5%p 가량 높아졌으며, 액수가 아닌 건수를 기준으로 삼으면 70%(1,867건)까지 비중이 커진다. 대구·울산·전북과 세종시를 제외한 주요 지역자치단체들은 작년만큼의 외국인직접투자를 유치하지 못했다.

충청북도는 외국인직접투자 규모가 가장 빠르게 줄어든 지자체였다. 2016년 5억3,000만달러였던 충청북도의 외국인직접투자 유치액수는 2017년 3억5,000만달러로, 작년에는 다시 1억2,00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한편 2년 연속 10억달러를 넘겼던 제주도의 외국인직접투자 유치 실적은 지난해엔 1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충청북도는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제자유구역을 설정하고 바이오메디컬지구·에코폴리스지구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과는 좋지 않다. 외국인관광·국제회의 유치와 같은 세계화 지표가 취약하고, 경제·사회 기반도 여전히 약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지역의 주력산업인 반도체에 대한 FDI도 줄어들면서 외국인직접투자 실적이 급감했다. 전기·전자 산업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는 2017년 12억2,000만달러에서 4억8,700만달러로 떨어졌다.

제주도의 경우 중국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구매 열기가 식은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체 부동산 외국인직접투자가 작년 44억3,100만달러에서 38억6,300만달러로 감소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토지의 증가율(전년 대비)은 2016·17년 2.3%에서 2018년 1.8%(상반기 기준)로 떨어졌으며, 액수를 기준으로 했을 땐 증가율이 0.5%로 더 낮았다. 2014년 98.1%까지 높아졌던 중국의 국내 보유 토지 증가율(전년 대비) 역시 2018년에는 2.8%에 그쳤다.

제주도에서 손을 거두는 것은 중국 투자자들만이 아니다. 사드배치로 인한 한·중 갈등과 중국 정부의 자본유출방지정책이 맞물리면서 2017년 중 8억달러(전국 기준)에 그쳤던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 실적은 2018년에는 27억4,000만달러로 17년보다 3.4배 늘어났지만, 제주도의 외국인직접투자 유치규모는 오히려 8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5·16년에 연평균 20%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제주도의 건설업이 작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상반기 기준)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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