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비서진 교체가 단행되면서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도 재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 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비서진 교체가 단행되면서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도 재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청와대 참모진이 교체되면서 당청관계는 물론 여당 내부 상황도 재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친노 좌장’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원조 친문’으로 불리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투톱 체제’ 아래 핵심 친문세력이 목소리를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한병도 전 정무수석 등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총선 출마 준비가 당내 갈등을 증폭시킬 조짐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비서진 인선을 교체하면서 권혁기 전 춘추관장,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 남요원 전 문화비서관이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 전날(8일) 교체된 임 전 비서실장, 한 전 정무수석,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과 함께 21대 총선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잠시 당 외부에 있었던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당내로 복귀하면서 지역구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임 전 실장의 경우, 서울 종로 또는 서울 중구·성동을 지역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윤 전 수석은 경기 성남, 권 전 관장은 서울 용산에서 지역 민심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 종로의 경우 정세균 의원이, 서울 용산은 진영 의원이 자리 잡고 있어 공략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원외 지역위원장이 이미 활동하고 있는 지역의 경우에도 ’지역구 쟁탈전’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준비를 위한 지역 조직 정비에 착수한 상태다.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첫 회의를 열고 사고 지역 정비를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민주당에서 지역위원장이 없는 사고 지역은 총 17곳, 사고 지역 판정이 필요한 곳은 1곳, 위원장 선출이 필요한 지역은 4곳이다.

조강특위 위원장인 윤호중 사무총장은 “우선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현재 사고지역 정비와 앞으로 정부·청와대에 진출했던 지역위원장들이 돌아오는 지역 정비도 해야 한다”며 “되도록 정비 과정을 통해 우리당과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혼신을 다해 헌신해줄 좋은 인재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 ‘노영민 체제’ 청와대 입김 세질까

이해찬 대표와 노영민 비서실장의 ‘케미’(Chemistry)도 관심을 끈다. 임 전 실장보다 친문계 의원들과 관계가 내밀한 노 실장이 자칫 힘이 빠질 수 있는 집권 3년차 청와대를 여당과의 소통으로 강하게 이끌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강한 청와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노 실장이 민주당 의원들과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표와의 협업도 강화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취임 후 당·정·청 소통을 강조하며 고위 당정청 회의를 정기적으로 운영해왔다. 청와대 2기 참모진 인사 후 첫 고위 당정청 회의는 설 연휴를 앞두고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갈등의 소지도 남아 있다. 그동안 높은 대통령 지지율에 묻혀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비문계 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드러낼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게 되면 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의원 개개인들은 개별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조심스러운 관측을 내놨다.

‘당정청 소통’과 ‘강한 여당’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는 지도부와 비주류 의원 간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면 최악의 경우 당내 계파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5년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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