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벌써 햇수로 5년 전이다. 2014년 여름, 마사회는 주민들이 거세게 반대하던 용산화상경마장(마권장외발매소)을 기습 개장했다. 당시 기자는 용산화상경마장을 찾아 천막을 치고 거리에서 농성 중이던 주민들을 만났고, 내부에도 직접 들어가 봤다. 인근 학교에서 선명하게 보이던 용산화상경마장 건물은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 아직도 생생하다.

비정상적인 일의 연속이었다. 마사회는 주민들 몰래 용산화상경마장 이전 건립을 추진했고, 운영을 강행했다. 주민들의 반대에 맞서서는 용역을 동원해 ‘찬성 집회’를 열게 했다. 국민권익위원회, 국무총리실, 서울 시장, 그리고 정치권의 반대 및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용산화상경마장의 ‘폭주’가 멈춘 것은 2017년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촉발된 정권교체 이후 용산화상경마장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해 8월 마사회와 반대주민들은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를 위한 협약식’을 가졌고, 약속대로 그해 12월 31일을 기해 영업이 종료됐다. 비정상이 정상으로 돌아온 순간이었다.

그리고 다시 1년여가 흐른 최근, 용산화상경마장은 또 한 번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농촌 출신 대학생을 위한 기숙사로 변신한 것이다. 리모델링 등 준비를 마친 마사회는 본격적인 기숙사 운영을 위해 지난 14일 입주 학생 모집을 시작했다.

총 18개 층 중 상층부 9개 층이 기숙사로 운영되며, 154명이 입주할 수 있다. 9개 층 중 6개 층은 생활실, 3개 층은 식당 및 스터디룸으로 구성됐다. 특히 최신 트랜드를 반영해 감각적이고 쾌적한 공간으로 꾸며져 젊은 대학생들의 만족감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머지 층엔 말산업 창업센터를 비롯해 지역주민들을 위한 도서관, 강당 등 다목적 공간이 마련됐다.

이처럼 훌륭한 시설을 자랑하지만 비용 부담은 크지 않다. 보증금 10만원에 월 15만원으로 이용료가 저렴하고, 정원의 30%는 장애인, 기초생활수급 가구, 차상위계층 가구 등 사회적 배려자에게 우선 배정된다.

불통과 갈등의 장소였던 용산화상경마장은 이제 기숙사로 거듭나게 된다. /뉴시스
불통과 갈등의 장소였던 용산화상경마장은 이제 기숙사로 거듭나게 된다. /뉴시스

불통과 갈등의 상징이었던 장소가 배려와 소통, 상생과 희망의 장소로 탈바꿈했다는 것은 무척 반갑고 의미 깊은 일이다. 뒤늦게나마 정상적인 길로 돌아와 최선의 선택을 한 마사회에게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용산화상경마장은 기숙사로 탈바꿈했지만, 화상경마장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전국 곳곳을 물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강원도 양양군과 경기도 양평군, 충남 금산군 등은 화상경마장 유치를 두고 주민들이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일부 지역은 추진이 무산됐지만,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는 곳도 있다. 찬성 및 추진하는 쪽에선 경제효과와 낙후·소외된 지역의 발전을 주장하고, 반대 및 저지하는 측에선 주거·교육 환경 저해와 도박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용산화상경마장과 다를 바 없고, 이미 오랜 기간 반복돼온 갈등이 지역만 바꿔가며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마사회가 직접 나서서 적극적으로 신규 화상경마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꾸준히 실시하는 모집공고를 통해 갈등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신규 화상경마장 추진이 갈등을 낳으리라는 것은 마사회가 그 누구보다 잘 안다.

마사회는 화상경마장에 대한 지적이 제기될 때마다 ‘불법 경마도박 방지’, ‘고용 확대 및 유지’, ‘건전한 말문화 확산’ 등을 주장한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다름 아닌 매출이다. 마사회 매출의 70%가 화상경마장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 신규 화상경마장이 결과적으로 도박 확산으로 이어진다는 것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

한쪽에선 폐쇄된 화상경마장을 기숙사로 전환하고, 다른 한쪽에선 여전히 같은 갈등을 낳고 있는 마사회의 두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까. 화상경마장에 대한 마사회의 보다 본질적인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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