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해치'로 오는 2월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배우 정일우 / SBS 제공
SBS 드라마 '해치'로 오는 2월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배우 정일우 / SBS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사극으로 대중에게 존재감을 드러냈던 배우 정일우. 그가 제대 후 첫 작품 행보를 사극으로 이어가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한 몸에 얻고 있다. ‘사극 흥행불패’ 정일우의 귀환이다.

‘돌아온 일지매’ ‘해를 품은 달’ ‘야경꾼 일지’ 등 사극을 통해 유독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아온 정일우다. 그가 복귀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SBS ‘해치’다. 오는 2월 11일 첫 방송되는 ‘해치’는 천한 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난 왕자 연잉군 이금이 열정 가득한 과거 준비생 박문수, 사헌부 열혈 다모 여지, 저잣거리의 떠오르는 왈패 달문과 함께 힘을 합쳐 대권을 쟁취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다. 극중 정일우는 ‘연잉군 이금’ 역을 맡았다.

사랑을 받은 장르로 돌아와 남다른 소감을 갖고 있을 터. 21일 SBS 사옥에서 정일우를 만나고 왔다. 

21일 SBS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남을 가지고 있는 정일우 / SBS 제공
21일 SBS 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남을 가지고 있는 정일우 / SBS 제공

- 제대 후 첫 작품 소감이 어떠한가. 부담감이 있지는 않은가.

“군복무 기간 동안 여러 작품에 있어서 고민도 많고, 복귀작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그러던 중 김이영 작가의 ‘해치’라는 작품이 그동안 다뤄졌던 통상적인 영조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동안 많이 다뤄지지 않은 젊은 영조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 매력적으로 다가와 결정하게 됐다.

(사극으로의 컴백) 당연히 부담이 되고 걱정이 됐던 부분이 있다. 이전에 정일우가 보여드렸던 모습과 비슷하게 비춰지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하지만 이런 좋은 작품으로 복귀하는 건 영광이라고 생각을 한다. 사극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기에 이번 작품을 제안해 주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본을 읽고 단번에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만큼 영조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컸고, 부담이 되지만 복귀와 함께 큰 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흥미롭고 기대가 된다.”

- 최근 구순포진(헤르페스 1형 바이러스)에 걸려 걱정을 자아낸 바 있다. 지금 컨디션은 괜찮은가. 

“제가 군복무를 하면서 살이 13kg 정도 쪘다. (촬영 준비 동안) 열심히 다이어트를 해서 14kg 정도 감량을 하고 바로 촬영을 했다. 아무래도 갑자기 추워지고 야외 촬영을 계속하다보니 면역력이 떨어져서 ‘헤르페스 바이러스’라는 질병에 걸렸다. 아무래도 제 관리를 못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제작진분들과 스태프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지금은 다행히 컨디션 회복을 잘해서 촬영을 하고 있다. 어제도 촬영을 했고, 오늘도 촬영을 할 예정이다.”

- 제대 소감이 어떤가.

“어쨌든 대체 복무를 했기 때문에 쑥스럽고 말씀 드리기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2006년에 당한 교통사고 때문에 대체복무를 했다고 아시는데 (대체복무) 판정은 교통사고 때문이 맞다. 그 이후에 드라마 촬영 중 두통이 심해서 머리 체크를 했는데 우연히 ‘뇌동맥류’라는 질병을 발견했다. 이는 군 면제 사유이기 때문에 고민과 걱정이 많았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고, 이젠 군복무를 마친 다음이라 홀가분하다. 군복부하면서 애국심이나 자긍심이 많아진 것 같다. 더욱 떳떳하게 배우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군대’는 남자 연예인들에게 큰 사건 중 하나다. 군대를 다녀오기 전과 후 연기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

“사실 연기를 임하는 자세에 변화는 크게 없다. 제가 대체복무로 근무했던 곳이 요양원이다. 저희 요양원은 치매 환자분이 대부분이시다. 돌아가실 때까지 병원에 계셔야하는 분들이 있는 곳이었다. 제가 돌본 어르신분들이 돌아가시는 모습을 봤다. 인생의 끝자락에 계신분들을 가까이에서 보는 게 처음이었고,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 느끼는 감정이 달랐다. 군 입대 전에는 ‘이 캐릭터 어떻게 해야지. 몰입해야하는데’ 이런 식으로 접근했다고 하면, 이젠 한걸음 떨어져 작품 전체를 보면서 이 작품에 어떻게 스며들고 작가님이 의도하신 캐릭터와 정일우가 어떻게 하면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된다. 좀 더 연기를 여유롭게 즐기게 된 것 같다.”

'해치'를 통해 젊은 영조의 모습을 그리는 배우 정일우 / SBS 제공
'해치'를 통해 젊은 영조의 모습을 그리는 배우 정일우 / SBS 제공

- 약 2년 만에 돌아온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가장 변화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주 68시간’이란 촬영 시스템이 생긴거다. 저희 드라마는 굉장히 그 시간을 철저히 지키면서 촬영하고 있다. ‘많은 젊은 배우들이 사극을 꺼린다’는 이야기를 저도 들었다. 하지만 저는 사극이 현대극과는 정말 다른 매력이 있다고 생각이 든다. 사극을 할 수 있는 것은 배우로 감사한 일인 것 같다. 한복이 잘 어울리는 것도 감사하다. ‘주 68시간’이 밤을 새지 않아도 돼서 참 좋더라. 시스템이 지금은 과도기에 있다고 보여지지만 정착이 되면 현장 시스템 자체가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 송강호, 이순재, 한석규 등 많은 배우들이 ‘영조’ 캐릭터를 연기한 바 있다. 영조를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를 참고했나. ‘해치’ 속 영조만의 특징이 있는가.

“영조에 관련된 서적도 많고 작품들도 워낙 많다. 모든 작품들을 보고 연구도 하고 분석도 했다. 그 중 ‘사도’라는 작품을 유의 깊게 봤다. 송강호 선배가 연기하신 아버지 ‘영조’ 역할도 당연히 감명 깊고 유의깊게 봤지만, 특히 유아인 씨가 연기한 ‘사도’라는 연기를 좀 더 유의깊게 봤다. 아들은 아버지의 모습을 많이 닮는다고 한다. 제가 연기하는 젊은 청년 영조 또한 사도세자가 가지고 있는 모습을 많이 갖고 있다. 그래서 그런 모습을 많이 참고 했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통상적으로 비춰졌던 ‘영조’는 집권기에 정치적으로 날카롭고 엄한 할아버지로 많이 등장한 캐릭터다. 젊은 영조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없었다. 그간 우리가 알고 있는 통상적 이미지 외에 보여지지 않았던 ‘영조’의 모습을 그린다. 이에 캐릭터를 창조하고, 선입견 없이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영조’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것 만으로도 영광이다.”

- ‘이산’ ‘동이’ ‘마의’ 등 사극에서 빛을 발휘한 김이영 작가의 대본을 받았을 때 심정이 어땠는가.

“당연히 제가 알고 있던 영조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대본을 봤는데 전혀 아니었다. ‘이 캐릭터 뭐지’하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대본이었다. 작가님께서도 새롭게 재해석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이 작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극을 통해 제대 후 첫 행보를 이어가는 정일우 / SBS 제공
사극을 통해 제대 후 첫 행보를 이어가는 정일우 / SBS 제공

-권율, 고아라와 호흡을 맞추게 됐는데 함께 연기하는 소감이 어떤가.

“고아라 씨 같은 경우는 어릴 때부터 광고촬영을 함께 많이 하면서 편하게 촬영할 수 있는 사이가 됐다. (권)율이 형은 나보다 5살 정도가 많다. 배우 대 배우로 만난 것보다 동네 형을 보는 느낌이다. 그래서 굉장히 형이랑 편하게 이야기를 하고 둘이 진솔한 인생 이야기도 많아 나눈다. 그러면서 ‘율이 형도 굉장히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이구나’하고 느꼈다. 많은 고비와 힘듦이 있었음에도 그런 것들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동기부여가 되고, 공감대가 형성이 됐다.”

-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실제로 비슷하다고 느낀 점이 있는가.

“(‘영조’는) 정말 사람으로서 견디기 힘든 상황들을 많이 겪고 지나가고, 그걸 이겨내서 왕까지 되는 캐릭터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해봤다. 저는 인생의 굴곡을 크게 살아보진 않았다. 제가 가장 크게 쇼크를 받고 힘들었을 때는 ‘뇌동맥류’라는 질병을 판정받았을 때다. ‘이 병은 시한폭탄 같은 병이기 때문에 언제 죽을지 모른다’라는 병원의 이야기를 듣고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 바뀐 것 같다.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오늘 하루를 후회 없이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나를 가두고, 절제하고, 조심하던 정일우에서 인생을 즐기고 편하게 나를 사람들에게 내보이면서 살아가도 괜찮겠구나 생각하게 됐다. ‘이금’ 또한 큰 사건사고를 견디면서 인생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견딜 수밖에 없는 동기들이 있다. 이 부분이 저랑 비슷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 드라마 ‘해치’를 통해 기대하는 바람이 있는가.

“이번 작품에 있어서 ‘영조’라는 캐릭터를 좀 더 다른 시각으로 표현해내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조선시대와 현재의 시사점들을 비교하면서 저희 드라마를 보시면 재밌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통쾌한 장면도 있고 가슴 울리는 슬픈 장면들도 있다. ‘해치’라는 작품이 모두가 알고 있는 영조의 이야기가 아니라, 젊은 영조의 이야기라는 다루고 있어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실 것 같다. 기대해주셔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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